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주한미군 감축과 역할 재조정을 검토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전망했습니다. 특히 중국과의 충돌 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시드니 사일러 전 미 국가정보위원회 북한 담당 분석관은 28일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주한미군 병력 감축 논의는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제기한 것이 아니며, 이전에도 수 차례 논의돼 현재 규모에 이르렀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향후 해외 주둔 병력에 대한 검토가 이뤄진다면 병력의 유형과 임무, 역량, 한반도에서의 전쟁의 성격 등을 검토하고 적절한 수와 유형으로 배치돼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사일러 전 분석관] “It's probably a good idea to review that, review the types of troops, the mission that they have and the capabilities that they bring and what the nature of the war fight on the peninsula might be and make sure that the troops are there in the appropriate numbers and appropriate types”
다만 감축 규모와 관련해선 현 시점에서 추측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사일러 전 분석관은 말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함께 해외 주둔 미군 전력 재조정에 관심이 쏠리면서 2만8천500명이 주둔하고 있는 주한미군 병력 감축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주한미군 병력 감축 가능성”
J.D. 밴스 부통령은 앞서 25일 백악관에서 열린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취임식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전 대통령과 다른 점은 첫째, 우리의 가장 귀중한 자원을 배치하는 방식에 있어서 아끼면서 조금씩 해야 한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 자원은) 이 나라를 위해 기꺼이 군복을 입고 자신의 목숨을 내걸 의지가 있는 남녀”라면서 “우리는 그들을 모든 곳에 보내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밴스 부통령] “You look at what has separated President Trump from so many of the people who came before him. It is the view that number one we should be sparing in how we deploy our most precious resource.”
미 중앙정보국(CIA) 한국 담당 부국장을 지낸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이날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주한미군 병력 감축 가능성이 있다”면서 “국방부가 전력 배치에 대해 실시하는 ‘글로벌 전력 태세 검토’ 결과나 미한 간 방위금 분담금 협정(SMA) 이견이 있다면 그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태평양 사령관을 역임한 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국 대사는 28일 VOA에 “어떤 행정부가 들어서든 변화의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면서 “다만 주한미군의 규모와 관련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정확히 예측하기엔 아직 너무 이르다”고 말했습니다.
[해리스 전 대사] “There is always the possibility of change with any incoming administration. It’s too early to see exactly what will happen regarding the size of USFK. It would be inappropriate to speculate. I believe the U.S.-ROK Alliance benefits the U.S. as much as it benefits South Korea.”
크리스토퍼 존스톤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 국장은 지난 24일 VOA의 ‘워싱턴 톡’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팀이 미한동맹과 주한미군에 대한 검토를 재개할 것이란 점은 거의 확실하다”면서 “집권 1기 때도 주요 관심사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존스톤 전 국장] “There’s almost no question that President Trump and his team will resume scrutiny on the US-ROK Alliance and the US military presence in South Korea.”
트럼프 1기 행정부 국방장관실에서 근무했던 존스톤 전 국장은 당시 국방부가 한반도 주둔 미군 감축을 검토했으며 실질적 방안까지 개발했지만 시간이 부족해 더 이상 진행되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날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은 항상 있어 왔다”면서도 “소규모 감축 가능성은 있지만, 대규모 감축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어 ‘한국이 스스로 방어할 수 있다’는 지적과 관련해선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데 미국이 그 위협에 대응하지 않는다면 (한국 스스로 방어하는 일은) 실현 불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I think if North Korea has nuclear weapons and the US is not participating in dealing with that threat, then I think that that's not feasible.”
“중국과의 충돌 가능성에 초점”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25일 취임 후 전군에 배포한 메시지에서 “우리는 동맹 및 파트너들과 협력해 인도 태평양에서 중국 공산당의 침략을 억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헤그세스 국방장관] “We will work with allies and partners to deter aggression in the Indo-Pacific by Communist China, as well as supporting the President's priority to end wars responsibly and reorient to key threats.”
엘브리지 콜비 국방부 정책 차관 지명자는 그동안 미국의 군사적 역량이 제한적인 만큼 ‘중국 견제’에 집중해야 하며, 동맹이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견해를 수 차례 VOA에 밝혀왔습니다.
콜비 지명자는 앞서 2023년 12월 VOA ‘워싱턴 톡’ 대담에서 “주한미군이 중국에 대응하기에 더 적합한 방식으로 설계돼야 한다”면서 “주한미군은 중국군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콜비 지명자] “They should be designed more for dealing with the Chinese. And in the future, the forces that the Chinese are clearly developing, that they have not stopped developing since the meeting with President Biden in the slightest.”
사일러 전 분석관은 “타이완을 둘러싸고 미중 간 분쟁이 발생할 경우 주한미군이나 주한미군 기지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생각은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의 병력 수준이 특히 중요하다”면서 “두 지역 모두 중국과의 충돌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재검토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녹취: 사일러 전 분석관] “I think the current level of troops in Korea, the current level of troops in Japan in particular both of those will be looked at with an eye towards the possibility of a conflict with China in the future.”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위협에 맞서기 위해 역내 우방과 동맹에 더 많은 역할을 주문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다만 “주한미군은 2만8천500명에 불과하고, 지상군 위주라 타이완 급변 사태 시 반드시 유리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한반도에 주둔한 미 공군과 해군은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주한미군은 대북 억지력의 상징일 뿐 아니라, 인도 태평양이나 미 본토에서 북한이나 중국의 비상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병력 유입을 용이하게 하는 수단으로도 유용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선임연구원] “So it would be useful to have U.S. forces Korea on the peninsula not only as a sign of deterrence against North Korea, but also as a way to facilitate the inflow of forces from the Indo Pacific or from the United States to deal with North Korean or Chinese contingencies.”
“한국, 중국 방어 최적지”
베넷 선임연구원은 “주한미군은 북한 대응을 책임져 왔고, 태평양사령부가 중국 대응을 맡아 왔다”면서도 “만약 중국 방어를 걱정한다면 한국보다 더 좋은 주둔지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If you're concerned about defending against China, what better place could you put forces than in South Korea? You can't get them closer to China any place that the US can deploy them.”
그러면서 중국을 억제하려면 주한미군을 감축하기보다 오히려 한국과 함께 주한미군의 공군력 현대화 등을 진행할 수도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한미연합사 작전 참모를 역임한 데이비드 맥스웰 아태전략센터 부대표는“중국은 러시아, 북한, 이란과 함께 전 세계에서 활동하고 있다”면서 “모든 전략적 이익을 분리하고 하나에만 집중할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타이완 방어에만 집중한다면 전략적 딜레마에 직면할 것”이라며 “타이완이 위협받으면, 한국도 위협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고, 그럴 경우 한국, 일본, 필리핀 등 (미국의 아시아 동맹) 모두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맥스웰 부대표] “And I would also say that if we focus only on the defense of Taiwan, we're going to face a strategic dilemma because if Taiwan is threatened, it is very likely that South Korea will also be threatened and that will put South Korea at risk, Japan at risk, the Philippines at risk.”
그러면서 “전략적 분석을 통해 적절한 위치에 적합한 수의 병력을 배치하고 역량을 갖춰 미국의 이익을 전 세계에서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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