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문가들은 미북 정상회담이 열릴 경우 북한 안전 보장과 대북 제재 해제를 대가로 추가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 중단 등 북한 핵 동결이 논의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미북 간 제한적 합의가 가능할 순 있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 성사되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조셉 디트라니 전 북핵 6자회담 미국 측 차석대표는 23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나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에 손을 내밀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지도부가 이에 반응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북한 핵 동결 독려할 것”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이날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 지구 분쟁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문제들을 해결하려고 노력하겠지만 북한 문제도 우선 순위에 둘 것”이라며 “북한 문제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And I think President Donald Trump will try to resolve both those issues, but he will also make North Korea a priority. That means he will focus on North Korea.”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9년 하노이 정상회담의 경험이 있고,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유지하려 할 것이란 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추가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 핵 분열성 물질 생산을 중단하도록 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 대가로 미국은 북한에 대한 안전 보장, 제재 완화와 궁극적인 해제, 정상적인 관계로의 길을 제공할 수 있다고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말했습니다.
[녹취: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I think what President Donald Trump will try to do is to get North Korea to halt, to halt their nuclear tests, their missile launches and the production of fissile material for nuclear weapons.”
미북 정상회담을 자신의 외교적 성과로 꼽아온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인 20일 백악관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가리켜 “이제 그는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핵 보유국)”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 지명자도 14일 상원 군사위원회 인사청문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에서 북한의 위협을 설명하며,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지칭했습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했던 전임 바이든 행정부와 달리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의 ‘핵 군축’ 협상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도 군비 통제 대화엔 반대 안할 것”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 부차관보는 이날 VOA에 “북한은 핵 프로그램을 포기할 의사가 없으며, 미국과 원하는 유일한 대화는 북한의 핵 보유국 지위를 확인하고 사실상 핵 보유국이라는 사실을 인정받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를 위해 북한은 미국과의 군비 통제 대화에 반대하지 않을 것이며, 이런 대화 자체가 북한이 핵 보유국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란 사실을 전제로 한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북한은 미국의 핵 자산을 협상 테이블에 올리도록 압박하고, 미한동맹과 결속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이런 대화를 중시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제재 완화나 종료, 한국 방위 공약 축소, 미한 억제력 약화 등 미국의 상호 조치를 이끌어 내기 위해 장거리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등의 ‘제한’을 제안할 준비가 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 부차관보] “But Pyongyang would surely be prepared to propose ‘limiting’ its program, including its long-range ballistic missile program, as a way of securing U.S. reciprocal steps that would ease or end sanctions, reduce the U.S. commitment to defend the ROK, and weaken the U.S.-ROK deterrent.”
“제한적 합의 가능… 가까운 시일 내엔 어려워”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이날 VOA와의 통화에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할 의사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외교적 수단을 통해 이를 달성할 수 있는 시점이 이미 지났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나 정상회담을 통해 대북 경제 제재 해제를 조건으로 미사일 시험 발사나 핵 실험 제한 등 제한적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이어 “김정은은 앞서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요구했듯 경제 제재 완화를 원하고 있다”면서 “그는 미한동맹을 약화시키고 싶어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주한미군 철수, 미한 연합훈련 중단, 미한 상호방위조약 종료 등을 요구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다만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트럼프 대통령이나 김정은 모두 정상회담을 최우선 순위에 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중동 휴전 유지뿐 아니라 그린란드와 파나마 운하 인수에까지 관심을 표명하는 등 여러 중요하고 어려운 외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또한 “북한과 한반도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김정은은 러시아와의 새로운 관계에 상당히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I don't think North Korea and the Korean peninsula is a very important issue to him. And I think Kim Jong Un is pretty comfortable with his new relationship with Russia.”
“군비통제 회담, 동북아에 부정적 영향”
로버트 매닝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은 이날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김정은은 핵무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 왔다”면서 “그는 비핵화에 대해서는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예상할 수 있는 최대의 결과는 일종의 군비 통제 회담일 것”이라며 “북한은 핵 보유국으로서 대등한 입장에서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말해 왔다”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핵 동결이나 위험 감소 조치가 될 수 있겠지만, 이는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결과를 낳게 돼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미북 정상회담은 군비 통제에 관한 것이 될 것이며 (한반도와 역내에) 불안정을 초래할 것”이라면서 “한국과 일본 모두 자체 핵무장을 고려하기 시작할 것이며, 이는 북한의 핵 개발 노력을 정당화하는 동시에 핵확산금지조약을 파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매닝 선임연구원] “It would be a talk about arms control and I think it would be destabilizing. Because both South Korea and Japan would start thinking about their own nuclear weapons and it would rip up the Nonproliferation Treaty legitimizing North Korea's efforts.”
그러면서 “이것은 (한반도와 역내 안보에) 광범위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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