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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 이중적 대북 메시지…협상과 압박 함께 담아”  


2025년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D.C. 월터 E. 워싱턴 컨벤션 센터에서 진행된 'Commander-In-Chief inaugural ball' 행사 중 캠프 험프리스의 주한미군 장병들과 영상 통화를 갖고 있다.
2025년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D.C. 월터 E. 워싱턴 컨벤션 센터에서 진행된 'Commander-In-Chief inaugural ball' 행사 중 캠프 험프리스의 주한미군 장병들과 영상 통화를 갖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직후 대북 메시지가 협상 재개를 염두에 둔 유화적 신호에 그치지 않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압박하는 이중적 메시지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의 친분을 드러내면서도 김 위원장이 매우 나쁜 의도를 가진 사람이라고 언급했기 때문입니다. 서울의 김환용 기자를 연결해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 이중적 대북 메시지…협상과 압박 함께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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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 날 행한 북한 관련 언급이 복합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고요. 어떤 얘기인가요?

기자) 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 날인 20일 주한미군 장병들과의 공개 영상 통화를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관련해 "여러분은 매우 나쁜 의도를 가진 누군가를 상대하고 있다”며 “내가 비록 그와 매우 관계를 발전시켰지만, 그는 강하면서 똑똑한 녀석”이라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난 김정은과 매우 우호적이었고 그는 나를 좋아했다”면서 “이제 북한은 핵보유국(nuclear power)이 됐다”고 말해 북한과의 협상을 염두에 두고 유화적인 신호를 보낸 것이라는 관측을 낳았습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박사는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문제를 푸는 데 비핵화를 목표로 하는 이전 방식과는 다른 접근방식을 시사하면서도 김 위원장에 대한 비판적 평가를 통해 미국에 대한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우회적으로 경고한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객원연구원 (사진출처: Institute of International Affairs)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객원연구원 (사진출처: Institute of International Affairs)

[녹취: 장용석 박사]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할 수 있다는 걸 시사하면서도 핵 무기, 재래식 전력, 러시아와 동맹관계를 포함해서 지역에서 군사적 위기를 조장하는 데 대해선 그것이 현실적으로 미국에 위협이 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선 명확하게 선을 그은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어요.”

장 박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상반된 듯한 발언은 김 위원장을 향해 ‘위협을 야기하지 않으면 공존할 수 있다’는 메시지라고 풀이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가 협상과 압박을 동시에 담고 있는 이중적 성격을 갖고 있다는 얘기군요.

기자) 그런 분석입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많은 해외 주둔 미군 가운데 유독 주한미군과 영상 통화를 통해 김 위원장을 비판적으로 평가한 건 협상 가능성과 함께 미국을 위협하는 상대에 대한 경고라는 두 가지 메시지를 동시에 담고 있는 것이라고 풀이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압박을 통해 상대방의 기를 꺾고 협상에 나서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방식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자신의 호의적인 메시지를 무시할 경우 최대 압박으로 태세를 전환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녹취: 박원곤 교수] “트럼프가 현재 김정은한테 보내고 있는 메시지는 조건 같은 것 내세우지 말고 내가 대화 재개할 테니까 응하라는 메시지를 보내는데 만약 김정은이 여기에 대해서 아무 말도 안 하고 ICBM 쏘고 그러면 금세 돌변할 가능성이 있어요.”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첫 날 발언 가운데 북한의 해안 콘도 역량을 언급한 데 대해서도 주목하는 분석이 나온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김정은에게는 해안가의 엄청난 콘도 역량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지난해 8월에도 과거 미북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에게 “북한이 러시아, 중국, 한국 사이에 정말로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훌륭한 부동산을 갖고 있고 양쪽 바다 해안가에 아름다운 콘도가 올라가는 모습을 생각해 보라”고 말했다는 비화를 공개한 바 있습니다.

지난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첫 미-북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악수하고 있다.
지난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첫 미-북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악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얘기하며 관광 역량을 재차 거론한 건 나름의 계산된 발언일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관광은 기본적으로 제재에서 예외입니다. 그러니까 트럼프 얘기는 뭐냐 하면 제재를 우회할 수 있는 많은 이야기들이 가능하다는 얘기를 주는 거거든요. 그러면 하노이에서 볼턴에 의해서 불발됐던 협상을 이번엔 김정은이 원하는 방식으로 해줄 수 있다는 시그널을 보내는 거거든요.”

북한의 관광 활성화는 김 위원장의 오랜 관심 사업으로,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여파로 수년간 국경을 봉쇄하면서 중단했던 관광 인프라 개발을 지난해부터 본격화하기 시작하는 등 최근 관광사업 재개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와 관계 강화에도 관광객 유치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메시지에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기자)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발언에 금방 반응하기 보다는 오히려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실패의 아픔을 되새기며 신중하게 접근하려고 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2019년 2월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정상회담 둘째날 확대회담이 진행되고 있다.
2019년 2월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정상회담 둘째날 확대회담이 진행되고 있다.

장용석 박사는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힘겨루기에서 밀리지 않고 상황을 주도할 자원들을 최대한 찾으려 할 것이라며 러시아와의 관계를 한층 강화하고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중 갈등 추이를 지켜보며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장용석 박사] “일단 러시아 전쟁의 종전 그리고 그 성과로서의 러시아와의 관계 또 실질적인 군사 협력들 이런 걸 여전히 고민할 수 밖에 없는 측면이 있고 그 다음에 역시 미국에 맞서기 위해선 중국 변수가 있고 미중관계가 사실 녹록치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당장 미중 대립 국면에서 미국에 붙기 보다는 중국을 뒷배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할 가능성이 상당히 있는 것이고.”

진행자) 그렇다면 미북 간 협상이 재개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봐야 할까요?

기자) 전문가들은 협상이 재개될 것이라는 데에는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속도에 대해선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2025년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D.C.의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행정명서에 서명 후 문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2025년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D.C.의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행정명서에 서명 후 문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민간연구기관인 세종연구소 김현욱 소장은 4년짜리 대통령인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국정 동력을 이어가기 위해 취임 후 가급적 조기에 모종의 성과를 낼 필요가 클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전쟁은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와 달리 종전까지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보여 북한 문제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녹취: 김현욱 소장] “트럼프 입장에선 김정은 카드도 아마 동시다발적으로 만지작거리지 않을까 왜냐하면 트럼프 입장에서 2기가 없고 1기로 끝나는 정부인데 이게 또 중간선거 이후에 어떻게 될 지 모른단 말이에요. 의회를 만약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잡으면 정책 동력이 확 떨어져 버리니까 아마도 올해 안에 중요한 건 다 처리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이에 대해 장용석 박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 문제는 여전히 중동과 우크라이나 전쟁보다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사안이라며 북한과의 협상은 이 문제들을 처리한 뒤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김 위원장 입장에선 트럼프 집권 1기 때와는 달리 실무선에서의 사전 조율을 통해 자신들이 원하는 대북 적대시 정책 완화 등을 의제로 다룰 수 있게 된다면 협상에 빠르게 응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조한범 박사는 만일 미북 협상이 재개된다면 이번엔 트럼프 1기 때 같은 파격적인 정상회담이 우선되는 방식이 아니라 실무진의 접촉을 통해 협상 결과를 미리 어느 정도 확정 짓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김 기자, 이런 가운데 북한 관영 매체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소식을 전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북한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22일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며 “그는 지난해 11월에 진행된 선거에서 47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됐다”고 별다른 논평 없이 간단히 보도했습니다.

2025년 1월 22일 북한 관영매체 노동신문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을 다룬 보도 전문. (화면출처: 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쳐)
2025년 1월 22일 북한 관영매체 노동신문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을 다룬 보도 전문. (화면출처: 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쳐)

해당 기사는 북한 주민들이 볼 수 있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의 대외소식면인 6면에도 실렸고 관영 라디오 방송인 ‘조선중앙방송’도 같은 내용을 전했습니다.

북한 매체들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관련 보도를 전혀 하지 않다가 이번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틀 만에 해당 사실을 보도했습니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당선됐던 2016년 11월 8일 대선 결과는 열흘 이상 지난 19일에야 대남 비난 기사에 끼워 넣어 전했습니다.

2020년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 때는 약 두 달 넘게 침묵하다가 그가 공식 취임한 이후인 이듬해 1월 23일에야 대외선전매체를 통해 처음 보도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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