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핵 보유국’이라고 지칭한 이후 한국 내에서 커지고 있는 자체 핵무장론과 관련해 미국 전문가들은 미한동맹과 역내 안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미 전술핵의 한반도 재도입과 관련해선 점증하는 중국과 북한의 위협 속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필요성을 검토할 것이라는 관측과 실제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엇갈렸습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 국방장관실 대량살상무기(WMD) 특별 고문을 역임한 로버트 피터스 헤리티지재단 핵 억제 및 미사일 방어 연구원은 27일 한국의 자체 핵무장과 관련해 “미한동맹 관계에 심각한 긴장을 초래할 것”이라며 “미국 정부는 이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피터스 연구원은 이날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미국은 1960년대부터 핵 확산에 반대해 왔다”면서 “미국은 새로운 국가가 핵 보유국이 되는 것을 반대해 왔고, 그 추세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한국이 독자적인 핵 무장을 추진한다면 다른 나라들도 같은 길을 걷도록 촉발할 수 있어 동북아 안보 상황이 악화할 우려가 있다”면서 “또한 더 넓게는 잠재적으로 서태평양 전역의 안보 상황까지 악화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피터스 연구원] “And so the concern is that if South Korea went to get its own independent arsenal, it may well trigger other countries to do the same and worsen the security situation in Northeast Asia but then also potentially the Western Pacific writ large.”
피터스 연구원은 “북한뿐 아니라 중국도 가만히 앉아서 한국이 독자적인 핵무장 국가가 되는 것을 지켜만 보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어떤 형태로든 극적인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한국이 실전에 사용할 핵무기를 갖추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며, 한국이 핵무장하기로 결정한다면 오히려 더 큰 표적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 취임식 직후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 지칭한 이후 한국 여권에서는 ‘남북 핵 균형론’이 확산하면서 자체 핵무장이나 미 전술핵 재도입 요구가 확산하고 있습니다.
여당인 국민의힘의 나경원 의원은 최근 “미국이 북한을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려는 지금 우리의 선택지는 분명하다”며 “이제는 핵 균형 전략, 대한민국의 자체 핵무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미 전술핵 한반도 재도입 논의 가능성”
피터스 연구원은 한국 자체 핵무장 추진은 트럼프 행정부가 반대하겠지만 미 전술핵의 한반도 재도입은 새 행정부에서 조만간 논의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피터스 연구원은 “새 행정부에는 미국의 글로벌 핵 억제 태세가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도전 과제에 충분하지 않다는 인식이 있다”면서 “한국에 미국의 핵무기를 재배치하는 문제는 새 행정부가 반드시 검토해야 할 사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피터스 연구원] “But I think that there's a sense that the US nuclear deterrence posture globally it is not sufficient for the challenges that we see today. And so as a consequence, I think that these are going to be issues in particular for stationing US nuclear weapons potentially in Korea that the new administration is going to have to exam.”
점증하는 중국과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동북아에서 미국의 핵 억제 태세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 미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를 미 정부가 고려할 것이란 설명입니다.
피터스 연구원은 “미국의 비전략 핵무기의 역내 재도입은 미한 동맹을 강화하고, 이는 안보 상황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자체 핵무장은 동북아 핵 군비 경쟁 확산 우려”
태평양 사령관을 역임한 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국 대사는 한국의 자체 핵무장과 전술핵 재배치는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해리스 전 대사는 이날 VOA의 관련 질의에 대한 서면 답변에서 이 문제와 관련한 자신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해리스 전 대사는 지난해 4월 미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한국과 일본의) 독자 핵무장과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 모두 좋은 생각이 아니다”라며 “미국의 확장 억제 약속이 믿을 수 있다는 점을 그들에게 설득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해리스 전 대사는 또 한국의 자체 핵무장 추구는 동북아에서 핵 군비 경쟁을 촉발하고, 전 세계의 비확산 노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습니다.
해리스 전 대사는 이날 “이 모든 것은 확장 억제와 관련한 워싱턴 선언과 관련이 있다”면서 “결국 이는 신뢰의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마이클 오핸런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날 VOA의 관련 질의에 “미 정부는 한국의 자체 핵무장에 반대할 것”이라면서 자체 핵무장 추구는 미한동맹과 역내 안보에 파급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또 한국의 자체 핵 무장은 미한동맹을 약화시키고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미 전술핵 수량 제한적, 저장시설도 없어”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 전술핵의 한반도 재도입 역시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이날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미국은 전술핵 규모를 대폭 줄이기로 해 현재 약 200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 중 100기는 유럽에 있다”면서 “미국이 아직 해체하지 않은 전술핵을 현대화하기로 결정하지 않는 한 미국의 전술핵이 한국에 배치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전망했습니다.
이어 “미국이 전술핵 몇 기를 한반도에 재배치할 수도 있지만 현재 한국에는 핵무기 저장시설도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1990년대까지는 핵무기 저장시설이 있었지만 한국에서 전술핵을 철수한 이후에는 현대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술핵을 재도입해도 저장할 곳이 마땅치 않다는 설명입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Maybe the US could send a few. But the other problem in doing that is there's currently no storage in Korea for nuclear weapons.”
“미군 증원 필요한 전술핵 재배치, 가능성 적어”
미 중앙정보국(CIA) 한국 담당 부국장을 지낸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이날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아직 인도 태평양 전략 검토 세션도 진행하지 않았으며, 이 검토는 몇 달이 걸릴 것”이라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한반도를 포함한 인도 태평양 전략을 예측하기는 시기상조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기간 중에 한국과 일본의 핵 무장 추구를 지지한 적은 있지만 최근엔 그 이상으로 언급한 바가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새로운 무기 체계나 방위 공약을 하기보다는 주한미군 감축에 더 관심이 있는 것 같다”면서 “전술핵을 운용하고 방어하려면 미군의 증원이 필요한데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을 늘리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선임연구원] “So I think it'd be less likely that Trump would be willing to increase our presence there because that would require an increase in US forces, presumably in order to operate and defend those nuclear weapons.”
또 “한국 정부가 민주당 정부로 교체될 경우 민주당은 민간 원전도 반대하기 때문에 자체 핵무장이나 전술핵 재배치를 원하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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