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라진항의 석탄 선적 부두에 이전보다 약 3배나 많은 석탄이 쌓인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러시아산 석탄일 가능성이 높은데, 마땅한 선박을 구하지 못해 외부로 반출되지 못하는 석탄이 가득한 정황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이상도)
북한 라진항 일대를 촬영한 23일 자 위성사진입니다.
러시아가 제3국 수출을 위해 이용하는 ‘러시아 전용’ 석탄 부두인데, 부두와 주변 공터가 온통 검은색으로 물들어 있습니다.
이 일대에 쌓인 석탄의 면적은 약 6만㎡.
지난 5월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더 넓어진 것입니다.
앞서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7년 북한산 석탄 수출 금지를 담은 결의를 채택하면서 북한과 러시아가 합작으로 운영하는 ‘라진-하산’ 일대에서 선적되는 러시아산 석탄에 대해선 제재 ‘예외’가 인정된다고 명시했습니다.
이에 따라 러시아 기업이 라진항을 이용해 중국과 베트남 등으로 석탄 수출을 시도하는 모습이 몇 차례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이 일대에 많은 양의 석탄이 유입되고 있는 것은 러시아의 석탄 수출 활동이 원만하게 이뤄진다는 해석으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이곳을 드나드는 선박이 사실상 전무한 것으로 파악돼, 러시아에서 석탄만 유입될 뿐 반출이 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같은 상황은 라진항에서 선박 수배에 연일 실패한 러시아 회사의 상황과도 어느 정도 맞아떨어집니다.
앞서 VOA는 지난 6월 러시아 회사의 의뢰를 받은 선박 브로커가 북한 라진항에서 중국 다롄항으로 석탄 총 1만 5천톤을 운송해 줄 선박을 찾는다며 배포한 공고문을 입수했는데, 업계 전문가는 제재를 우려한 선박 업자들이 입찰을 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었습니다.
한편 지난해 10월 미국 백악관이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 거래 현장으로 지목한 맞은편 부두에선 다른 상황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전쟁을 벌이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가 사용한 북한제 무기를 잇따라 공개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곳 부두에는 컨테이너들이 100미터 넘는 길이로 쌓였다가 선박의 입항과 함께 사라지고, 또다시 컨테이너가 쌓이는 양상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올해 이곳을 드나든 대형 선박만 19척에 달해, 북한과 러시아의 은밀한 무기거래일 가능성이 높지만 양국 모두 사실을 부인해 왔습니다.
김남혁 /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3등 서기관 (지난 2월)
“우리는 러시아와 무기 거래를 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 없습니다. 무기 거래설은 북한에 대한 음해이며 불법적인 대북 제재 결의안을 발동해 국제 무대에서 북한의 이미지를 훼손하려는 적대 세력을 강력히 규탄합니다.”
바실리 네벤쟈 유엔주재 러시아 대사도 지난달 7월 안보리 의장 자격으로 기자회견을 개최한 자리에서 우리는 대북제재 체제를 위반하고 있지 않으며, 제기되는 모든 의혹은 물적 증거에 의해 입증되지 않았다고 주장했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