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현지 지도 아래 자신들이 만든 자폭형 무인공격기를 처음 공개했습니다. 해당 무기 개발 등에서 러시아와의 협력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서울의 김환용 기자를 연결해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무인공격기 현지 지도에 나섰다고요?
기자) 네, 북한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4일 국방과학원 무인기연구소를 찾아 최근 개발한 무인기 성능 시험을 현지 지도하고 하루빨리 부대에 배치하라고 지시했다고 26일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시험에서 “각종 무인기들은 설정된 각이한 항로를 따라 비행하였으며 모두 지정된 표적을 정확히 식별하고 타격 소멸했다”고 밝혔습니다.
김 위원장은 현장에서 “전략정찰과 다목적 공격형 무인기들뿐 아니라 전술적 보병과 특수작전구분대들에서 이용할 수 있는 각종 자폭형 무인기들도 더 많이 개발 생산해야 한다”며 “전투적용시험을 더 강도 높게 진행해 하루빨리 인민군 부대들에 장비시켜야 한다”고 지시했습니다.
또 “핵어뢰와 같은 수중전략무기체계와 각종 자폭공격형 수중무인정들도 부단히 개발하고 무인기 개발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적극 도입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진행자) 이번에 북한이 공개한 자폭형 무인공격기라는 건 어떤 무기체계인가요?
기자) 북한이 자폭형 무인공격기를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요. 북한은 앞서 지난해 7월 무장장비 전시회에선 미국의 정찰용 무인기 ‘글로벌호크’와 공격용 무인기 ‘리퍼’를 빼닮은 기체를 공개한 바 있습니다.
한국 민간 연구기관인 아산정책연구원 양욱 박사입니다.
[녹취: 양욱 박사] “무인기는 이미 현대전에선 필수적 요소로 자리잡았다고 봐야 되고요. 무인 전력을 생산하고 운용할 수 있다, 그래서 현대적 작전 능력이 가능하다, 그 다음에 그런 작전능력을 김정은이 키우고 있다는 메시지를 김정은 방문을 통해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죠.”
북한 관영매체들이 이번에 실은 사진엔 이스라엘제 ‘하롭’을 닮은 삼각 날개 모양의 무인기와 십자 날개가 달려 러시아제 ‘란쳇’ 자폭 무인기와 유사한 기종 등 2개 형태의 무인기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북한 매체들은 또 백색 계열로 도색한 자폭형 무인공격기 2종이 날아가 K-2전차 등으로 보이는 모의표적에 수직으로 낙하해 타격, 폭발하는 사진도 실었습니다.
자폭형 무인기가 새로운 개념의 무기는 아니지만 최근 들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탱크를 상대하는 무기로 무인기가 주목받으면서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는 추세입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자폭형 무인기가 갖고 있는 강점과 현대전에서 위협적일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기자) 자폭형 무인기는 제작 비용이 저렴하면서도 다양한 표적에 은밀하게 접근할 수 있
어 순항미사일 역할을 일부 대체할 수 있습니다. 특히 미사일은 원거리에서 발사하므로 표적이 움직이거나 은닉할 경우 대처가 까다롭지만, 자폭형 무인기는 작전지역 공중에 떠서 배회하다가 표적이 식별되면 즉시 타격하는 방식도 가능합니다.
이와 함께 아직 자폭형 무인기에 대응할 만한 확실한 방어무기 체계가 없습니다. 자폭형 무인기는 소음이 적고 저공비행이 가능해 레이더에도 잘 잡히지 않는다는 겁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박사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무인기의 높은 가성비를 볼 수 있었다며 특히 북한에겐 국방예산의 제약 속에서 아주 매력적인 무기체계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장용석 박사] “고가 장비에 맞서는 저가, 가성비 좋은 장비라는 의미에서 비대칭 성격을 갖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북한도 재래식 전력 열세를 극복하기 위한, 특히 한국 첨단무기에 대항할 수 있는 아주 값싸고 실용적인 무기로서 주목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
진행자) 김정은 위원장의 이번 행보는 미한 연합 을지프리덤실드 연습이 시작된 이후 첫 군사 행보가 아닙니까? 그런 측면에서 김 위원장의 행보에 담긴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기자)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북한이 지난 2021년 제8차 당 대회, 그리고 작년 12월 당 중앙위 제8기 9차 전원회의에서 무인항공공업 부문 과업을 제시한 만큼 자신들의 일정에 따른 국방력 강화를 성과로서 과시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홍 박사는 이와 함께 김 위원장의 이번 행보가 야외기동훈련이 본격화된 UFS 연합연습에 대한 대응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홍민 박사] “이 기동훈련이 주로 대대급 이상 다양한 부대들이 작전을 여러 단위로 펼치는 거거든요. 그래서 이런 전투와 관련된 대응용으로 이 무인기는 엄청난 치명성을 갖는 무기거든요.”
지난 19일 시작한 UFS 연습은 26일부터 나흘간 진행되는 2부 훈련에서 연합상륙작전 훈련인 쌍룡훈련과 통합화력훈련을 비롯해 지상과 해상, 공중 영역에서 실기동과 사격훈련 등 모두 48건의 야외기동훈련이 실시됩니다.
미한은 또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대응에 중점을 둔, 다양한 자산을 활용한 다영역작전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진행자) 김 기자, 북한의 무인기 개발을 놓고 러시아와의 군사협력 차원에서도 분석이 나온다고요? 어떤 얘기입니까?
기자) 네 그렇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 중 하나가 러시아제 ‘란쳇3’ 자폭무인기와 매우 유사한 외형을 갖고 있다는 데 주목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당시 러시아 측이 김 위원장에게 자폭무인기 5대를 선물했다는 러시아 보도도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러시아로부터 받은 무인기를 역설계해서 성능을 개량한 무인기로 이번에 시험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국 국방대학교 권용수 명예교수는 러시아는 이란과 무인기 공동개발을 하고 있다며 북한도 무인기의 핵심 기술 중 취약한 센서 분야를 보완하는 데 러시아와 협력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권용수 명예교수] “북한의 무인무기체계, 미사일무기체계 이런 기술은 상당한 수준이기 때문에 첨단기술이 일부만 유출되거나 일부만 건너가게 되면 상당한 수준의 무기체계 고도화로 발전할 수 있다는 거죠.”
홍민 박사는 ‘란쳇3’는 현재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전쟁에서 실제 사용하고 있는 무기체계라며, 김정은 위원장의 현지 지도 방식을 빌어 장기전을 치르고 있는 러시아에 북한산 유사 무인기의 공급 가능성과 양국 간 연대의 메시지를 발신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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