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수교 75주년 때도 소원했던 중국과 북한 사이의 소통이 최근 다시 활발해지는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종전 협상이 시작되면서 미러 간 우호적 관계가 만들어질 것에 대비한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김영교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김정호)
북한주재 중국대사관에 따르면 지난 19일 북한 외무성 박명호 부상이 평양에 있는 중국대사관을 찾아 왕야쥔 북한주재 대사를 만났습니다.
북한 외무성의 고위급 인사가 중국대사를 찾아가 만난 사실이 공개된 건 1년 여 만의 일입니다.
두 사람은 양국 교류와 협력 강화, 전통적인 양국관계 발전 등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왕 대사는 앞서 지난 6일엔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에 참가하는 북한 선수단 3명을 평양에서 직접 배웅했습니다.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때는 60여 명의 북한 선수단이 출정했지만 당시 중국 측 배웅은 없었습니다.
북한과 중국이 지난해 수교 75주년을 맞아 ‘조중 친선의 해’를 선언했어도 이를 기념하기 위한 고위급 소통이나 행사가 거의 열리지 않았습니다.
북한이 러시아 파병 등 러시아와 동맹 수준으로 관계를 강화한 데 대한 중국 측의 불만과 미한일 3각 공조에 대응한 북중러 3각 연대에 소극적인 중국에 대한 북한 측의 불만이 겹쳐진 것이 주요 원인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을 서두르면서 북중이 협상이 타결될 경우에 대비해 북한과 중국이 서로를 관리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두진호 / 한국 국방부 산하 국방연구원 국제전략연구실장
“미러 관계가 개선되는 건 러북 동맹의 약화를 초래할 수밖에 없고, 러북 동맹이 약화되면 북한이 체제보장, 안전보장을 위해서 결국 새로운 파트너를 찾아야 하는데, 그 역시 전통적 동맹인 중국과의 관계 그래서 북중 관계가 다시 개선될 여지가 크다, 이렇게 전망합니다.”
북한은 러시아에 과도하게 의존한 신냉전외교가 미러 관계 변화로 난관에 직면할 수 있고, 따라서 중국까지 후원세력으로 만드는 것을 계산하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전병곤 / 한국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
“미국과 대화를 할 가능성이 좀 있기 때문에 그렇게 되면 러시아와 중국도 같이 끌어 들여서 지지와 협력을 받는 것이 북한 입장에서 훨씬 도움이 됩니다. 중국 입장에서도 북미간 대화를 할 경우 소외되지 않고 같이 대화와 전략을 소통하는 게 중요해졌기 때문에, 중국도 북한에 대한 접근을 모색해 보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올해 당 창건 80주년이고 내년 초 열리는 9차 노동당 대회를 준비해야 하는 북한으로선 경제 성과를 내는데 중국의 역할이 한층 절실한 상황이라고 진단합니다.
조한범 / 한국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
“북러가 밀착했지만 북한 경제에 대한 영향은 미미하거든요. 그렇게 보면 2021년 시작된 8기는 김정은에겐 만족스럽지 않다, 사실상 고난의 행군의 연속이다, 이렇게 볼 수 있는 거고요. 그러면 9기를 새롭게 계획을 한다고 하면 중국의 중요성을 김정은도 각인했을 거거든요.”
전문가들은 또 중국 역시 트럼프 2기 정부의 대중국 강공 드라이브로 북한과 같은 나라들과의 관계 강화를 필요로 하고 있다면서,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국방 예산을 감축하면서도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태세는 유지 또는 오히려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데 대해 중국으로선 긴장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