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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철강∙알루미늄 관세’는 시작에 불과∙∙∙대미 직접투자 확대가 한국에 기회일 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미국 경제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는 시작에 불과하다면서 앞으로 더 많은 관세가 부과돼 미한 경제 관계에 긴장이 흐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관세 완화를 위한 대미 직접 투자 확대 등이 오히려 한국에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제언도 나왔습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트럼프 ‘철강∙알루미늄 관세’는 시작에 불과∙∙∙대미 직접투자 확대가 한국에 기회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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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부회장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부회장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부회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결정과 관련해 “3월부터 시행되는 25% 관세 부과로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은 더 제한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를 역임한 커틀러 부회장은 12일 VOA에 “수출 주도형 경제이자 최근 몇 년간 미국 경제와 더 긴밀하게 연결된 한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로 인해 많은 손실을 입을 수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이어 “하지만 관세 부과는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은 자동차, 반도체, 제약 분야에 대한 관세 부과로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커틀러 부회장] “As an export driven economy and one that has grown more linked with the US economy in recent years, Korea has a lot to lose from Trump tariffs. (중략) But tariffs won’t stop there. Korea could find itself impacted sharply by sectoral tariffs on autos, semiconductors, and pharmaceuticals.”

지난 2006년 미한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당시 미국 측 수석대표였던 커틀러 부회장은 다만 “다행히도 상호 관세 부과 조치가 시행되더라도 한국은 미한 자유무역협정(FTA) 덕분에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철강∙알루미늄에 25% 관세 부과”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10일 미국에 수입되는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예외나 면제 없이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이 담긴 포고문에 서명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인 2018년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국가 안보를 이유로 철강 제품에 25%, 알루미늄 제품에 10% 관세를 각각 부과했습니다.

다만 한국은 미국과의 별도의 합의를 통해 그동안 대미 철강 수출에서 연간 263만t 물량에 대해 관세를 면제 받았지만, 다음 달 12일부터는 예외 없이 25%의 관세를 물게 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함께 “자동차∙반도체∙의약품에 대한 관세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자동차와 반도체는 한국의 각각 대미 수출 1위와 3위를 차지하는 주력 품목으로, 그동안 면제 혜택을 받았던 자동차와 반도체에까지 관세가 부과될 경우 한국 기업들의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철강 관세 부과는 무역 협상 개시 신호탄”

톰 래미지 한미경제연구소(KEI) 경제분석관. 사진 = KEI
톰 래미지 한미경제연구소(KEI) 경제분석관. 사진 = KEI

톰 래미지 한미경제연구소(KEI) 경제분석관은 이날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를 통해 미국 적자를 줄이기 위한 무역 협상의 첫 포문을 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한미 자유무역협정 재협상에 대해 매우 자부심을 갖고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관세들을 미국의 한국에 대한 무역 적자를 줄이고, (한국에) 미국산 자동차와 같은 다른 품목의 수입을 장려하기 위한 출발점으로 삼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래미지 분석관] “Trump is very proud of his renegotiation of the KORUS agreement and for that reason alone, I can see him possibly using these tariffs as a starting point to try and reduce the trade deficit that the United States has with Korea and encourage the import of other items such as US autos.”

윌리엄 브라운 'NAEIA닷컴' 대표
윌리엄 브라운 'NAEIA닷컴' 대표

동북아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NAEIA닷컴' 대표는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난해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한국은 미국과의 무역 불균형이 심한 나라로 트럼프 대통령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관세 부과가 트럼프 대통령이 불공정하다고 비판해온 미한 자유무역협정 재협상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향후 1년 안에 FTA가 개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양국 관계 긴장 … 경제 안보 약화 우려”

트로이 스탠거론 윌슨센터 한국센터장
트로이 스탠거론 윌슨센터 한국센터장

트로이 스탠거론 윌슨센터 한국센터장은 이날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철강과 알루미늄 외에도 반도체와 의약품, 기타 분야에 대해서도 특정 관세를 고려하고 있다”면서 “이 모든 것들이 시간이 흐를수록 양국 관계에 긴장을 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의 접근법은 무역 적자를 줄이고 미국 내 제조업 생산을 늘리도록 설계됐지만, 미국과 동맹의 공급망을 전체적으로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나은 접근법을 개발하기 위한 조정과 협력이 없다면 양국의 경제 안보가 동시에 약화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탠거론 센터장] “And so I think in this sense, we could end up weakening both US economic security and South Korean economic security at the same time without more coordination and more cooperation on developing a better approach.”

“대미 직접 투자는 한국에도 이익”

태미 오버비 전 주한미국상공회의소 대표. 사진 = KEI.
태미 오버비 전 주한미국상공회의소 대표. 사진 = KEI.

태미 오버비 전 주한미국상공회의소 대표는 이날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세계가 무역에서 미국을 불공정하게 대우하고 있다고 보고 있고,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관세를 활용하려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2022~2023년 한국은 미국의 최대 외국인 투자국이었으며 고품질, 첨단 기술, 첨단 제조업 투자를 많이 했다”며 “한국의 대미 흑자 이유 중 하나는 미국에 수십 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이 미국 현지 공장에 원자재를 보내거나 수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오버비 전 대표는 “대부분의 한국 대기업들은 이미 미국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지만 가능한 한 많이 투자하는 것이 좋다”면서 “솔직히 미국에 투자하는 것은 좋은 사업”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은 한국산 제품의 최종 소비자이며 철강∙알루미늄 등 관세로 인한 타격이 클 것이기 때문에 직접 투자를 늘리는 게 모두에게 이익이란 설명입니다.

[녹취: 오버비 전 대표] “I think most of your major Chaebols are already making significant investments. But yes, you know, as many as you can. And frankly, it's good business to invest in the United States. We are often the end customer for many of your products.”

“한국, 일본∙호주 사례 참조∙∙∙미한 경제협력 모색 필요”

전문가들은 최근 미일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안보뿐 아니라 경제 협력을 강조한 데 주목했습니다.

커틀러 부회장은 “임박한 관세 부과를 고려하면, 한국은 일본과 호주 등의 선례를 살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시키기 위해 무엇을 더 제공할 수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이어 한국이 미국에 광범위한 제조업 투자를 하고 있을 뿐 아니라 더 많은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는 점은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이와 함께 한국은 에너지 등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을 확대할 수 있으며, 미국이 취약한 조선업 재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핵심 파트너가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기술 협력의 기회도 무궁무진하다고 진단했습니다.

앤드류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 석좌가 17일 VOA 조은정 기자와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앤드류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 석좌가 17일 VOA 조은정 기자와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앤드류 여 브루킹스 연구소 한국 석좌는 이날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최근 미일 정상회담이 한국이 따를 수 있는 방향을 제시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여 석좌] “I do think that the meeting with the Ishiba provided some light or a path for South Korea to perhaps follow. I think overall that meeting was successful, particularly on the security side.”

여 석좌는 미일 간의 무역 불균형을 줄이고, 대미 투자액을 1조 달러 수준까지 끌어올리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등을 늘리겠다는 이시바 총리의 제안은 LNG 등 에너지가 필요한 한국도 참고할 만하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대통령 부재는 협상에 불리”

전문가들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사태 등 한국의 정치적 불안정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불리한 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커틀러 부회장은 “불행히도 한국의 정치 상황으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새로운 계획을 공유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대미 직접 투자 규모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지도자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커틀러 부회장] “Unfortunately given Korea’s political situation it does not have a leader to meet with Trump to share new initiatives and help him appreciate the magnitude of Korean FDI in the US.”

오버비 전 대표는 “한국의 정치적 혼란으로 인해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대화 상대가 없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 권한 대행과는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오버비 전 대표] “One because of the political turmoil in your country right now President Trump does not have a counterpart and he will not negotiate with an acting president. So I think Korea is a little bit at a disadvantage because you don't have anyone who can really talk to him and help him understand.”

오버비 전 대표는 “어제 한국에서 온 국회의원 5명을 만났고, 지난주에 6명을 만났다”면서 “국회의원들이 미국을 방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한국은 왜 적자나 흑자가 늘고 있는지 미국에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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