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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랭한 북중 관계, 트럼프 행정부 대중 압박 강화·대북 협상 등 변수”


2019년 6월 2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 산책을 하고있다.
2019년 6월 2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 산책을 하고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냉랭했던 북중 관계에 일정한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됩니다. 미중 갈등이 격화되거나 미북 협상 국면이 펼쳐지면 중국에게 북한의 가치가 한층 올라갈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서울의 김환용 기자를 연결해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냉랭한 북중 관계, 트럼프 행정부 대중 압박 강화·대북 협상 등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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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한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출범이 북중 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한 전망들이 나오고 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은 최근 ‘2025 한반도 정세 전망’이라는 제목의 연례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북한이 러시아와 밀착하면서 상대적으로 소홀해진 중국과의 관계에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경제적으로 압박하거나 한미일 군사 협력을 강화할 경우 중국은 유엔 제재를 우회해 북한을 비공식적으로 지원하는 등 미국을 견제할 카드로 북한에 대한 강력한 지원 재개를 내세울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보고서는 또 ‘국제질서의 다극화’를 추구하는 북한 역시 전략적으로 중국과의 외교적 관계를 되살릴 여지가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종결돼 북러 협력의 유효기간이 다하는 상황도 북한이 중국과의 관계 복원에 전향적일 수 있는 요인으로 꼽았습니다.

2025년 1월 3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D.C.의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 후 문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2025년 1월 3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D.C.의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 후 문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조 바이든 행정부는 말년에 중국과 고위급 소통을 이어가며 갈등을 일부 관리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폭탄' 등 한층 더 거센 대중 압박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기존 국제 질서와 규범에 연연하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은 중국의 대북 밀착을 보다 과감하게 만들 소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녹취: 박원곤 교수] “트럼프의 대외정책은 굉장히 거칠게 기존 질서와 규범을 흩트리는 형태로 가니까요, 그렇다면 앞으로 계속해서 중국 때리기가 강화되는 상황까지 전개가 되고 그 상황에서 구태여 중국도 북한에 대한 제재를 포함해서 그런 규범과 원칙을 지킬 필요가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그런 여지가 있죠.”

진행자) 김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연이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대화 의지를 밝혔는데요. 중국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기자) 전문가들은 북러 밀착으로 북한에 대한 통제력이 약화된 중국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발언들이 한층 더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통일연구원 전병곤 박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지칭하면서 김 위원장과의 친분을 과시하는 모습은 협상을 염두에 둔 메시지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미북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서명한 공동합의문을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과 김여정 노동장 제1부부장이 교환하고 있다.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미북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서명한 공동합의문을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과 김여정 노동장 제1부부장이 교환하고 있다.

전 박사는 2018년 미북 정상회담 당시와는 달리 북한에겐 러시아라는 또 다른 뒷배가 생긴 만큼 미북 협상 국면에서 중국이 소외될 수 있고 이는 중국이 크게 우려하는 시나리오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전병곤 박사] “트럼프 대통령이 ‘뉴클리어 파워’ 이런 얘기하면서 김정은한테 너를 기억하고 있으니까 일단 당분간 좀 안정적으로 있어라 그런 메시지를 주는 것 같아요. 그것에 대응하는 맥락이 있는 것 같긴 합니다. 중국 입장에서도 사실 그렇게 해서 트럼프와 김정은이 다시 대화를 할 경우 중국이 그 상황에서 배제될 경우를 우려하고 있거든요.”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 김흥규 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접근은 중국 압박용의 성격도 있다며, 북한과의 협상을 통해 북중 관계를 최대한 떨어뜨리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진행자) 북중 두 나라는 수교 75주년인 지난해 우호의 해를 선포하고도 냉랭한 관계가 지속되지 않았습니까?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어떤 변화 조짐이 있나요?

기자) 이와 관련해서는 왕야쥔 북한 주재 중국대사의 행보가 눈에 띕니다.

2025년 2월 5일 왕야쥔(우측) 북한 주재 중국대사가 북한 평양 국제 공항에서 김일국 체육부 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2025년 2월 5일 왕야쥔(우측) 북한 주재 중국대사가 북한 평양 국제 공항에서 김일국 체육부 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북한주재 중국대사관 웹사이트에 따르면 왕 대사는 지난 3일 평양 지하철을 방문해 “더 많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앞으로 평양 지하철을 찾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인의 평양 관광 재개에 대한 기대감을 표명해 5년간 중단된 중국 단체관광객의 북한 방문이 재개될 것임을 시사한 겁니다.

북한은 2020년 1월 팬데믹 발생 초기 모든 외국인 관광객의 입국을 차단했고 지난해 제한적으로 러시아 단체관광객의 입국만을 허용했습니다.

건설 중인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건설 현장. (자료화면)
건설 중인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건설 현장. (자료화면)

북한은 오는 6월 강원도 원산의 대규모 리조트인 갈마해안관광지구를 개장할 계획이고 김정은 위원장은 앞서 지난해 연말 당 전원회의가 끝난 직후인 12월 29일 딸 주애와 함께 완공된 갈마해안관광지구를 찾아 올해 관광사업 활성화가 핵심 정책이 될 것임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김정은이 2025년 관광산업을 주력으로 육성하려는 의도를 보인 상태에서 중국이 어느 정도 화답을 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정치적으로, 성과 여부를 떠나서. 따라서 중국 관광회사의 북한 관광객 모집 또 왕야쥔 대사가 평양 지하철에서 의미심장한 발언을 한 건 우연이라고 볼 순 없다, 그래서 중국이 어느 정도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도모하는 게 아니냐 이런 추측이 가능하죠.”

그러나 중국의 태도 변화가 아직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김흥규 소장은 중국은 북한에 대한 자신들의 우호적인 행동이 미국이나 한국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여전히 북한과의 협력 강화에 신중한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김 소장은 그러면서 북한과 관계가 좋지 않을 때는 경제협력과 민간교류를 통해서 관리해 온 게 중국의 전통적인 방식이고 지금도 미국의 대중 정책이나 한국 내 정치 상황 변화 등을 지켜보면서 그런 수준에서 북한을 대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김 기자, 그렇다면 북한은 이런 중국의 태도에 대해 어떤 대응이 예상되나요?

기자) 김흥규 소장은 북한이 러시아와의 협력, 미국과의 협상 등 새로운 가능성 위에서 이전보다 커진 자율성을 갖고 중국에 대한 요구 수준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 소장.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 소장.

[녹취: 김흥규 소장] “북러 관계가 거의 동맹관계로 진화하고 있고 또 하나는 핵 무장을 이제 완전히 성공해서 중국에 대한 레버리지가 훨씬 더 커졌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은 훨씬 더 자유로운 입장에서 중국과 교섭을 할 수 있고요, 북한 자체가 하나의 변수가 될 수 있을 가능성이 언제든지 있기 때문에 중국으로선 신경쓰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김 소장은 다만 북한과 중국은 여전히 서로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적대적 관계로까지 나아갈 가능성은 희박하고 북한은 자신들의 원칙을 강조하되 중국이 제시하는 레드라인을 넘으려 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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