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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골드버그 전 대사] “미한일 협력, 3국 의지가 관건… 강조점 바뀔 수도”


필립 골드버그 전 주한 미국대사가 10일 VOA 조은정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필립 골드버그 전 주한 미국대사가 10일 VOA 조은정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트럼프 2기 정부가 미한일 협력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전임 바이든 정부와 달라질 수 있다고 필립 골드버그 전 주한미국 대사가 말했습니다. 지난달 퇴임한 골드버그 대사는 10일 VOA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면서 협력의 동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3국 모두의 정치적 의지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중국의 경우 현재 한국에 대해 ‘매력 공세’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2022년 7월부터 2025년 1월까지 주한 미국대사를 지낸 필립 골드버그 전 대사를 조은정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트럼프 대통령과 이시바 일본 총리는 최근 회담에서 미한일 협력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미일 정상회담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무엇입니까? 미국의 동아태 안보 정책이 바이든 정부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십니까?

골드버그 전 대사) 언급하신 내용들이 한국 입장에서 중요한 부분이죠. 인도태평양의 평화와 안보에 있어 미한일 협력을 중요한 틀로 계속 추진한다는 점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는 중요한 시사점입니다. 비핵화는 한국 정부의 목표이기도 합니다. 좋은 징조죠.

다만 이러한 정책들은 바뀔 수도 있기 때문에 반드시 최종적인 결정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비핵화는 즉각적이지 않은 어떤 종류의 협상이 필요할 것입니다. 따라서 미래에 대한 많은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으며, 트럼프 행정부가 바이든 행정부에서 이루어진 많은 계획에 얼마나 헌신할 것인지도 알 수 없습니다.

기자) 트럼프 2기 정부에서 미한일 3자 협력과 미한 동맹 관계의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제언을 하시겠습니까?

골드버그 전 대사) 관건은 3국의 정치적 의지입니다. 미국의 경우 미한일 3국 협력 틀을 인태 안보의 핵심으로 삼는 정치적 의지를 가질 것인지가 관건입니다. 또 일본 총리는 정치적 도전에 직면해 있고, 한국은 (정치적) 과도기에 있어 앞으로 몇 달 동안 정치적 의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것입니다. 3국은 좋은 관계를 위한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즉, 안보뿐만 아니라 기술, 과학, 비즈니스, 금융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관계입니다. 문제는 후속 조치를 취할 정치적 의지입니다.

기자) 람 이매뉴얼 전 주일 미국 대사는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미한일 협력을 육성하고 발전시키는 데 시간이 걸린다면서 더 일찍 시작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일 관계가 언제라도 악화될 수 있다고 보십니까?

골드버그 전 대사) 물론 더 일찍 시작했으면 더 좋았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3자 회담으로 이어진 일련의 사건들을 기억해야 합니다. 바이든 행정부뿐만 아니라 트럼프 1기 정부도 지지한 구상이죠. 지지의 차원은 다르지만요. 3국 협력의 실질적인 과정을 시작한 것은 일본과의 양자 관계를 발전시키려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였습니다.

이후 바이든 행정부가 새로운 차원으로 발전시켰습니다. 그래서 사실상 미한일 3국 협력은 윤 대통령 임기 초반부터 시작됐습니다. 2022년 8월 윤 대통령이 광복절 연설에서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촉구했을 때 저는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이후 기시다 총리의 상호적인 신호가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더 일찍 시작하는 것이 좋았겠지만, 과정을 진행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기자) 3국 협력과 관련해 트럼프 정부 쪽에서 변화가 있을 수도 있을까요?

골드버그 전 대사) 미한일 협력에서 강조하는 부분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한일 협력이 강화된 분야에는 안보와 연합훈련이 포함되죠. 트럼프 1기 정부에서는 훈련이 중단됐었는데, 트럼프 2기 정부에서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바이든 정부나 전통적인 미국 외교 정책에서 강조됐던 부분들이 여전히 강조될지 지켜봐야 합니다.

가치보다는 거래에 더 기반을 둔 관점일 수 있습니다. 발표되는 모든 성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고 봅니다. 7일에 나온 (미일 정상회담) 성명도 마찬가지입니다. 좋은 출발이고, 올바른 원칙을 제시했다고 생각하지만, 후속 조치가 있어야 합니다. 변경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기자) 2023년 미한동맹 70주년을 맞이해 동맹의 발전과 진화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습니다. 한국이 안보, 공급망, 첨단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미국과 협력하는 데 있어 맡고 있는 중요한 역할은 무엇일까요?

골드버그 전 대사) 다양한 안보 분야에서 미한이 협력했습니다. 북한의 위협과 도발에 대응해 준비 태세를 갖추기 위해 대규모 훈련을 다시 시작했죠. 한국은 러시아의 잔인한 침략과 주권 침해에 맞서 우크라이나에 인도주의적 지원을 제공했습니다. 미한 관계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폴란드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급을 보충할 수 있도록 한국이 도왔습니다.

한국은 한편 광물안보파트너십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한국은 또 전기 자동차용 배터리와 반도체 등 첨단 기술에 필요한 광물과 원자재 확보 방법을 미국과 함께 모색하고 있습니다. 민간 부문에서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가 최근 서울을 방문해 삼성, SK와 만나는 모습을 보셨을 것입니다. 민간 부문에서 이뤄지는 진전들이지만, 미국 정부가 촉진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공급망, 기술, 안보 등의 분야에서 우리는 다른 차원의 협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대중국 견제에 있어 미한일 협력은 얼마나 중요합니까? 주한 대사로 재임하시는 동안 현장에서 피부로 느낀 바이든 정부의 대중국 견제 정책은 어땠습니까? 트럼프 1기 정부의 대중국 정책이 이어졌나요?

골드버그 전 대사) 트럼프 1기 정부의 관세 정책 중 일부는 바이든 정부에서도 계속됐습니다. 바이든 정부는 특히 ‘마당은 작게, 담장은 높게’(small yard, high fence) 정책을 강조했죠. 가장 중요한 기술은 미국과 동맹국이 간직하고 중국과 공유하지 않는다는 개념이죠. 저는 이것이 트럼프 2기 정부에서도 계속될 것으로 봅니다.

기자) 미국에선 언론, 학계, 정치인을 대상으로 한 중국의 ‘악의적 영향력 캠페인’에 대한 초당적 우려가 있습니다. 주한 대사로 재임하고 계실 때 이와 관련해 어떤 부분을 주목하셨습니까?

골드버그 전 대사) 최근 몇 년 동안 윤석열 정부 하에서는 중국이 그러한 노력에서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고 봅니다. 어떤 면에서는 그들이 너무 무리수를 뒀습니다. 주한 중국대사가 한국의 야당 지도자와 함께 했던 유명한 회의가 실패로 끝났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죠. 지금 양국이 관계를 정상적인 상태로 되돌리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은 다른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는 다른 나라에서 있었던 일과 같은 일이 많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중국이 가한 압박을 견뎌낸 한국 정부에 찬사를 보냅니다. 저는 중국의 노력이 특별히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하지 않고, 어떤 면에서는 역효과를 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한국이 중국의 어떤 압박을 견뎠다는 건가요? 우리 모두가 아는 사드 사태 말고도 다른 압박이 있었다는 건가요?

골드버그 전 대사) 예를 들어, 중국 관광객의 한국 방문자 수가 줄었죠. 중국은 약 1년 전쯤 한국으로의 단체 관광을 재개했습니다 (2023년 8월). 중국이 한국을 압박하기 위해 취한 다른 조치들도 있었는데, 특별히 성공적이지 않았기에 중국이 지금 다른 접근법을 시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중국이 한국에 어떤 다른 접근법을 취하고 있나요?

골드버그 전 대사) 한국과의 대화에 더 열린 태도를 취하고 있죠.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이 지난해 11월 페루에서 만났죠. 또 우원식 한국 국회의장이 최근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을 만났습니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한국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참석을 진지하게 고려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말했고요. 이게 다른 접근법이라고 봅니다.

기자) 비공개적으로 영향력을 가하는 것이 아니라 공개 회의를 한국과 연다는 것이 다르다는 건가요?

골드버그 전 대사) 중국이 어떤 면에서는 달라진 것 같습니다. ‘압박 공세’ 보다는 ‘매력 공세’에 더 나서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자) 한국의 정치 혼란으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과 한국 정상 사이에 접촉이 없습니다. 안보, 무역 등과 관련해 양국 현안이 산적한데요. 한국이 트럼프 2기 정부 초기에 이러한 협의의 부족을 어떻게 만회할 수 있을까요?

골드버그 전 대사) 현재 한국 정부에 몇 가지 제약이 있습니다. 과도 정부이고, 대통령 대행이죠. 이상적이지는 않지만 양국 간의 소통 창구를 열어두기에는 충분하다고 봅니다. 지난주 미한 국가안보보좌관들 간 통화가 있었죠. 미 국무장관과 한국 외교부 장관 간 더 많은 논의가 이뤄지길 바랍니다. 소통 창구는 열려 있겠지만, 한국의 정치 상황이 해결되기 전에 소통이 완전히 복원될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한국의 대통령 권한대행 사이에 접촉이 있을 수도 있는데, 긍정적인 진전이 될 것이고, 주요 현안을 자연스럽게 논의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다시 말씀드리지만, 한국의 새 정부가 어떻게 구성되는지에 따라, 선거가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어떻게 결정하는지에 따라, 한국에서 새로운 정책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지켜봐야 합니다.

이상적이지는 않지만 여전히 양국 간의 열린 소통이 이뤄지고 있고, 워싱턴에 훌륭한 한국 대사가 계시고, 많은 재계 대표단이 왕래하고 있습니다. 정상간 대화를 대체할 수는 없더라도 어느 정도 도움은 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국무부 유엔 대북제재 이행 담당 조정관도 지내셨는데요. 유엔 안보리 1718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의 임무 연장에 대한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 이후, ‘다국적 제재 모니터링팀(MSMT)’이 최근 설립됐습니다. 중국과 러시아로 인해 제재 동력이 많이 떨어졌는데요. 제재 감시를 강화하기 위해 어떤 제언을 하시겠습니까?

골드버그 전 대사) ‘다국적 제재 모니터링팀(MSMT)’의 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유엔의 메커니즘이 없는 상황에서 MSMT는 좋은 생각이고, 한국이 이 그룹을 발족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죠. 최근 몇 년 동안 제재를 위반하고 국제 규칙과 규범, 법을 노골적으로 위반하고 있는 러시아와 같은 국가를 견제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저는 MSMT가 매우 중요하다고 보고, 진전이 있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골드버그 전 주한미국 대사로부터 미한일 협력과 대중 견제, 트럼프 2기 정책 전망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조은정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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