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이 북한 비핵화 목표를 견지하겠다는 뜻을 확인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른 시일 내에 미북 정상회담이나 양국 관계 개선 논의가 진전될 가능성은 적다고 분석했습니다. 일각에선 정상회담을 위한 물밑 작업이 진행될 것이란 관측도 나왔습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반도 전문가인 테렌스 로리그 위스콘신대 동아시아학 교수는 29일 VOA와의 통화에서 현재로선 미국과 북한이 비핵화 협상을 재개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로리그 교수] “I think there is certainly a possibility and as you indicated, it is possible that the Trump administration is going to reach out to possibly try to reenergize summits. It is not clear whether Kim Jong UN is going to be willing to do that.”
로리그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가 정상회담 재개를 시도할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면서도 “김정은이 이에 응할지는 확실치 않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특히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단호한 입장을 들은 김정은이 (정상회담에) 관심이 있을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집권 1기 당시 미북 정상회담을 자신의 외교적 성과로 꼽아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인 20일 북한을 ‘핵 보유국(nuclear power)’이라 지칭하며 북한과의 접촉 의사를 밝힌 바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했던 전임 바이든 행정부와 달리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북한과의 ‘핵 군축’ 협상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백악관은 28일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와 마찬가지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북한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29일 김 위원장이 핵물질 생산기지와 핵무기 연구소를 현지 지도한 자리에서 “핵 방패의 부단한 강화가 필수불가결”하다면서 “핵 대응 태세를 한계를 모르게 진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핵을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거듭 확인한 것입니다.
“미북, 비핵화 협상 기대 어려워”
로리그 교수는 “김정은은 비핵화는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을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분명히 했다”면서 “비핵화 협상이 이뤄질 가능성은 아주 낮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설사 (협상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김정은은 미국으로부터 상당한 대가를 기대할 것”이라면서 “미국 역시 북한에 상응하는 양보를 할 생각이 거의 없다”고 부연했습니다.
그러면서 “비핵화에 큰 진전이 있을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로리그 교수] “There is also a question of even if that were a possibility, Kim would expect a high price from the United States. And I think that the United States' willingness to give commensurate concessions to North Korea is also very low at this particular point. So I think again, it is unlikely that there is going to be much progress on denuclearization.”
“미북 모두 관계 개선 우선순위 아냐”
전문가들은 미국과 북한 모두에 양국 관계 개선은 급한 문제가 아니라고 진단했습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이날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 문제는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가자 지구 전쟁 재발 방지, 중국과의 무역 문제, 그린란드 인수 등 다뤄야 할 외교 문제가 산적해 있어 북한과의 관계 개선은 최우선 순위가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I don't think U.S.- North Korea relations are a very important issue for Trump. He's dealing with a lot of other issues in foreign policy, the most important of which are efforts to end the war between Russia and Ukraine, efforts to do some kind of trade deal with China, efforts to keep the peace in the Middle East and prevent the Gaza war from starting again Trump's interest in acquiring green land.”
또 김 위원장 역시 러시아와 편안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러시아는 북한이 국제 제재를 회피할 수 있도록 원자재와 자금을 제공하고 있다는 겁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나 김 위원장 모두 정상 외교 재개에 별다른 관심이 없다고 부연했습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김정은은 전임 바이든 행정부와의 협력을 거부해 어떤 고위급 회담도 진행되지 않았다”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사이에 더 많은 정상회담이 열릴 수는 있지만, 큰 성과를 거둘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일부 제약을 대가로 국제 제재를 해제하는 작은 조치를 취할 수는 있지만, 큰 돌파구가 마련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김정은, 하노이 노딜 재현 우려”
로리그 교수는 “김 위원장은 지난 2019년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뭔가 합의를 이끌어 내려 했지만, 아무것도 얻지 못한 당혹스러운 일을 경험했다”면서 “미국을 비롯한 관련국들이 비핵화 목표를 공언한 마당에 김 위원장으로서는 지금 당장은 그런 일을 다시 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위원장 입장에선 미북 정상회담에 참여했다가 하노이 ‘노딜’ 때처럼 아무런 보상도 얻지 못하고 돌아가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어 김 위원장이 만약 정상회담에 참여한다면 “그는 뭔가 얻을 수 있다는 보장을 받고 싶어할 것”이라면서 “하노이 회담과 비슷한 결과를 낼 또 다른 정상회담에 참여하는 것은 그로서는 당혹스럽고 시간 낭비일 수 있기 때문에 관심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로리그 교수] “Certainly he is going to want to be able to have some assurances that he will have something to gain out of this. Because for him to agree to summits, to another summit similar with an outcome similar to what happened at Hanoi I think he is not going to be interested. Because that is just going to be, I think in his view something that could be embarrassing and a waste of time.”
“정상회담 위한 물밑 작업 가능성”
조셉 디트라니 전 북핵 6자 회담 미국 측 차석 대표는 이날 VOA에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또 다른 정상회담에 개방적인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아마도 국무부 협상가들로 하여금 성공 가능성이 있는지 물밑 조사를 맡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안전 보장과 일부 제재 완화∙해제, 경제 개발 지원,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에 대한 대가로 북한이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중단하고 핵무기용 핵 물질 생산을 중단할지 여부를 가늠하려 할 것이란 설명입니다.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However, he probably will task State Department negotiators to test the waters first to determine if there is the possibility of success: immediate halt to nuclear tests and missile launches and a halt to fissile material production for nuclear weapons in return for security assurances, easing and lifting some sanctions, economic development assistance and pay to normal relations with the U.S.”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핵 보유국’이라고 지칭하면서도 완전한 북한 비핵화를 추구할 것이라고 밝힌 것은 모순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분명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우리는 이를 인정해야 하지만 북한이 계속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을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면서 “(목표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라는 현재 입장은 유효하다”고 덧붙였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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