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정권이 러시아에 파병된 병사들에게 거짓 선전선동으로 애국심을 강요하며 사지로 내몰고 있다고 우크라이나 ‘시민자유센터’의 비야체슬라프 리카초프 연구위원이 지적했습니다. 2022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이 단체의 리카초프 연구위원은 29일 VOA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북한 정권이 병사들의 신분을 조작하고 시신을 소각하는 등 다수의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북한의 대러 군대 파병과 무기 제공이 우크라이나에도 큰 피해를 끼치고 있다며 국제사회가 적극적으로 압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러시아에 배치된 북한군의 규모와 우크라이나 전쟁 개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리카초프 연구위원)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북한군은 러시아 영토에서 진행 중인 전투에 개입하고 있으며, 약 2만 명이 쿠르스크 주에 주둔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들 중 몇 명이 실제 전투에 투입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대부분 전투에 참여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또한 북한군이 소총 등 소형 화기를 사용해 우크라이나군과 직접 교전했다는 다수의 보고가 있습니다. 우리의 공식 자료에 따르면 북한군은 상당한 피해를 입었으며, 현재까지 약 4천 명이 전사하거나 부상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러시아는 전선에 북한군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신분증과 서류를 위조하고, 심지어 우크라이나군이 전사한 북한군을 확보할 가능성을 우려해 시신을 소각하는 시도까지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쿠르스크 주에서 최소 2~3명의 북한군 포로가 확인됐으며, 전사자의 시신에서도 한국어로 된 문서, 지시 사항, 편지, 일기 등 북한 출신임을 입증할 수 있는 다양한 자료가 발견됐습니다.
기자) 북한군 참전이 전쟁 양상에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하십니까?
리카초프 연구위원) 북한군은 쿠르스크 지역의 러시아군 전체 병력 중 1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북한 병사들이 아니라 북한이 러시아에 제공한 군사 장비입니다. 북한이 제공한 미사일, 로켓, 포병 장비 등이 전투에서 훨씬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북한군의 참전은 주로 실전 경험을 쌓기 위한 목적으로 보이며, 특히 21세기 전쟁에서 드론 등 첨단 기술이 활용되는 현대전을 직접 경험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또한, 이는 북한군 파병의 첫 단계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제가 가장 주목하는 점은 북한 병사들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실상 무제한의 병력 공급원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러시아는 병력 동원 경쟁이나 병력 수급 문제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할 수 있으며, 이는 전쟁의 전체적인 흐름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기자) 포로가 된 북한군 병사들은 전쟁에 투입된다는 사실을 모른 채 훈련인 줄 알고 러시아로 보내졌다고 증언했습니다. 인권적 관점에서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리카초프 연구위원) 북한 군인들은 러시아로 보내지거나 우크라이나 국경에 도착하기 전까지 자신들이 어디로 가는지, 그리고 그 이유를 제대로 알지 못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들은 북한의 전형적인 선전 틀 속에서 전쟁을 이해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전사한 북한 병사들의 시신에서 애국가나 조국을 위한 투쟁을 찬양하는 내용이 담긴 문서가 발견되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북한 병사들이 단순히 훈련을 받으러 왔다고 믿고 있다가 마지막 순간에 전쟁에 투입된 것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국에서 1만 km 이상 떨어진 곳에서 벌어지는 전쟁이 단순한 군사 훈련으로 보이지는 않을 것이므로, 최소한 자신들이 실전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은 인식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북한의 선전이나 상관들로부터 전달받은 정보는 전쟁에 대한 매우 왜곡된 해석이었을 것입니다.
기자) 북한에 남아 있는 병사들의 가족들이 아들의 파병 사실조차 통보받지 못하고 생사도 알지 못한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인권적 관점에서 북한 정권의 이러한 조치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리카초프 연구위원) 이것이 모든 북한 군인들에게 일반적인 상황인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관련 보고서들이 존재하지만, 쿠르스크 지역에서 발견된 북한 군인들의 개인 소지품에서 가족들이 보낸 편지로 해석될 수 있는 문서도 확인됐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군인들이 지휘부에 의해 사실상 인질이 돼 가족과의 연락이 차단되는 상황 자체는 명백한 인권 침해이며 국제 인도법 위반입니다.
전쟁포로를 잡은 측은 그가 가족과 연락할 기회를 보장할 의무가 있습니다. 심지어 적군조차도 이 의무를 이행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번 경우에는 북한군 스스로가 자국 군인들에게 가족과의 연락을 차단하고 있습니다. 이는 명백한 국제법 위반입니다.
또한, 파병된 북한군이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 자체가 그들의 기본적인 권리를 침해하는 것입니다. 이는 생명권과 부상 시 보상받을 권리 등 여러 권리를 명백히 위반하는 행위입니다. 아울러 그들이 포로가 될 경우 자살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명백한 인권 침해이며, 국제 인도법 위반입니다. 게다가 전사한 병사들의 시신이 소각됐다는 점은 자국군에 의해 군인의 유해가 훼손된 행위로, 이 역시 국제 인도법 위반에 해당합니다.
무엇보다도 북한 병사들은 사실상 노예와 같은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그들은 어떠한 개인적 권리도, 존엄성도 보장받지 못한 채 오직 죽음을 향해 내몰리고 있습니다. 이것이 현대 사회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끔찍합니다.
기자) 전쟁 포로로 붙잡힌 북한 병사들의 신원이 우크라이나 당국이 제공한 인터뷰 영상과 사진을 통해 공개됐습니다. 이는 북한의 참전 사실과 전황을 알리기 위한 조치라는 게 우크라이나 측의 설명인데, 이러한 공개가 국제 인도주의 원칙에 부합한다고 보십니까?
리카초프 연구위원) 아마도 전쟁포로의 신원을 공개하는 행위가 우크라이나 측에서 발생한 가장 심각한 위반일 것입니다. 이는 포로의 생활 조건, 의료 지원 접근 및 기타 규정이 국제 인도법에 따라 보호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북한군 병사들의 가족들에게는 심각한 위험이 될 수 있습니다. 북한 정권의 관점에서 자국 병사가 전쟁포로가 됐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로 간주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병사들의 가족이 북한 정권으로부터 위협을 받을 가능성이 크며, 이는 매우 우려해야 할 문제입니다.
반면 이는 북한군이 전장에 있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북한과 러시아 정부가 전선에 북한군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부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북한군이 실제로 전선에 투입되었으며, 이들이 북한 출신임을 확인할 수 있도록 공개하는 것은 그들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한 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기자) 러시아의 침략 전쟁이 우크라이나에서 심각한 인권 문제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시민자유센터’가 이러한 인권 침해 사례를 집중적으로 다뤄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북한군의 개입이 이러한 우크라이나의 인권 상황에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보십니까?
리카초프 연구위원) 북한 군인들의 존재가 군사 분쟁 속 인권 문제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닙니다. 그들은 러시아 영토 내에 배치되어 있으며, 점령군으로서 민간인을 직접 상대하는 상황이 아닙니다. 즉,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민간 정착지를 공격하는 러시아군과는 다른 상황입니다. 그러나 일부 러시아 현지 주민들로부터 북한 군인들이 민간인에게 총격을 가했다는 보고가 있었습니다.
북한의 러시아 침략전쟁 참여와 관련해 국제 인도법 위반에서 가장 우려되는 점, 혹은 가장 명확한 사실은 북한산 무기의 사용입니다. 북한 미사일이 민간 목표물에 사용된 사례가 다수 확인됐으며, 이에 대한 기술적 증거도 충분히 확보돼 있어 이를 입증할 수 있습니다. 결국, 북한이 러시아의 전쟁 범죄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부분은 병사들의 지상전 참여가 아니라 북한산 무기의 사용입니다.
기자) 노벨평화상 수상 단체로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이 참전하는 것에 대해 국제 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습니까?
리카초프 연구위원) 국제적 압박이 중요한 요소입니다. 저는 북한과 러시아 정부를 압박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이 사용됐는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의 통화에서 이 문제를 언급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중국이 북한 정부를 압박할 수 있는 수단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물론, 중국이 실제로 행동하려면 동기가 필요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국제사회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결국 상황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전장의 병력 수나 우크라이나의 동원 연령 조정, 그리고 모두가 기대하는 평화 협상이 아니라 국제사회의 실질적인 개입과 압박입니다.
지금까지 지난 2022년 노벨평화상 수상 단체인 우크라이나 ‘시민자유센터’의 비야체슬라프 리카초프 연구위원으로부터 북한군의 우크라이나전 참전 문제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조상진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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