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이 전 세계 상품 확인에 통용되는 HS 코드를 위조해 불법 핵 장비를 들여왔다고 밝힌 미국의 핵 과학자가 북한이 들여온 장비는 핵무기 제조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핵심 물품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이같은 시도는 핵 증강 야욕을 다시 한번 보여준 것으로, 북한이 제재 이행과 수출 통제가 느슨한 국가들을 집중적으로 노리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조명수)
미국의 과학국제안보연구소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스페인에서 핵무기 제조용 장비를 불법으로 수입한 사례가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세계 전체에서 수출입 상품 확인에 통용되는 'HS 코드'를 위조해, 2022년 경 스페인에서 선적된 진공로가 멕시코와 남아프리카공화국, 중국을 경유해 북한으로 들어갔다는 것입니다.
보고서는 또 진공로를 처음 선적한 것은 스페인에 있는 무역업자로, 이때는 HS 코드와 관련 설명이 정상으로 달려 있었지만, 이를 멕시코에서 누군가 수령해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보내는 과정에서 무역 서류의 HS 코드와 설명이 단순 '기계류'로 바뀌었고, 남아공 선적 과정에서 다시 금속 폐기물로 둔갑해 중국으로 넘어갔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보고서를 작성한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 소장은 북한이 제재 및 수출 통제가 느슨한 국가들을 집중적으로 노리고 불법 수입을 감행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 과학국제안보연구소 소장
“북한이 스페인을 선택한 이유는 독일이나 영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통제가 약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멕시코는 수출 통제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영리한 선택이었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선적업체가 물품을 ‘금속 폐기물’로 분류했는데, 이 항목은 검사 빈도가 낮아 불법 선적을 은폐하기 위해 자주 사용되는 방법입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특히 중국의 경우 중국 수출 통제법에 따라 이 물품이 북한으로 보내지기 전에 면허 절차를 거쳐야 했지만 준수하지 않았고, 이 때문에 핵무기 제조에 필수적인 진공로가 중국에 도착한 순간부터 북한 반입은 어려움이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 과학국제안보연구소 소장
“진공로는 우라늄 금속을 용융해 틀에 부어 핵무기의 핵심 부품을 만드는 데 사용됩니다. 이는 핵무기 제조에 필수적인 장비로, 진공로가 없이는 핵무기를 제작할 수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공급국들은 진공로가 북한 등과 같은 국가로 유입되지 않도록 철저히 감시하고 있습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또 이번 사례는 북한의 핵 개발이 서방 국가 물품에 계속 의존해야 하는 취약성을 보여준다면서 더욱 강력한 제재 이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 과학국제안보연구소 소장
“이 때문에 제재 이행이 매우 중요합니다. 북한의 공급망에 차질을 빚고 병목현상을 유발하기 위해 제재를 철저히 집행해야 합니다. 이는 각국이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하는 문제이며, 정부 차원에서 더 많은 인력과 자원을 투입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또 북한을 사실상의 핵 보유국으로 절대로 인정해서는 안 된다면서, 북한의 핵 프로그램은 절대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