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식 이후 기자 질문에 ‘김정은은 뉴클리어 파워’라고 말한 데 대해 미국의 외교 안보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역량 현실을 언급할 것일뿐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북한의 대화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전략적 의도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조명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인 20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관계를 언급하며 그를 ‘뉴클리어 파워’라고 불렀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 미국 대통령
“이제 그는 ‘뉴클리어 파워’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잘 지냈습니다. 내가 돌아온 것을 보면서 기뻐할 걸로 생각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발언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지명자가 지난 14일 인사청문회 답변서를 통해 핵보유국으로서의 북한의 지위를 언급한 것과 맞물려, 북한이 핵보유국임을 지칭한 것인지 주목을 끌었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의 전문가들은 ‘뉴클리어 파워’를 핵무기 보유를 인정하며 지위를 얻는 ‘핵보유국’으로 해석할 수 있는지, 먼저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시드니 사일러 / 전 미국 국가정보위 국가정보분석관
“‘핵 보유국’을 영어로 번역하면 어색한 표현이 됩니다. ‘뉴클리어 파워’는 편의상 쓰이는 용어로, 군사력의 일부로서 핵무기 역량을 가진 국가를 의미합니다. 이것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인정하거나 용인하는 의미가 아니며, 북한이 핵무기를 통해 어떤 지위를 얻는다는 것을 의미하지도 않습니다.”
테렌스 로리그 위스콘신대 동아시아학 교수도 트럼프 대통령의 해당 발언은 북한의 법적 지위를 인정한 것이 아니며, 북한의 핵 역량 현황을 상기시킨 표현일 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테렌스 로리그 / 위스콘신대 동아시아학 교수
“우선, 모두 알다시피 북한은 핵무기 역량을 보유하고 있고, 그 역량은 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은 분명한 현실입니다. 따라서 북한은 사실상의 핵무기 보유국입니다. 북한이 핵무기 보유국이라는 현실 인정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그러나 핵무기 보유국으로서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른 법적 인정은 절대로 받지 못할 것입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도 뉴클리어 파워는 핵무기 역량에 대한 일반적 평가를 담은 비공식 용어로 공식 핵무기 보유국을 일컫는 뉴클리어 웨폰 스테이트와는 엄연히 다른 개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핵무기 보유국은 북한이 추구하는 지위로 우리가 절대로 동의해서는 안되는 것이라면서 일각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진의에 의구심을 갖는 것은 이 같은 중요한 용어의 의미 차이를 혼동하는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관련 언급을 미국의 공식 정책 변화로 해석하는 것에 신중해야 하며, 그것은 북한의 관여를 유도하기 위한 전략적 의도로 해석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브루스 베넷 /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트럼프는 김 위원장이 자신을 좋아하고, 다시 협상할 용의가 있기를 매우 희망할 겁니다. 트럼프는 국제 관계에서 성공을 거두고 싶어 하기 때문에 그렇게 할 준비가 잘 돼 있을 것입니다. 그는 강력한 미국 대통령으로 보이기 원하기 때문에, 북한에 어느 정도 양보를 할 준비가 돼 있을 수 있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