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국 민주주의가 더욱 강해졌다고 미국의 인권 전문가들이 평가했습니다. 견제와 균형, 법치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줬다며, 앞으로의 정치 과정도 법치에 따라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조명수)

케네스 로스 전 휴먼라이츠워치 사무총장은 계엄령은 국가가 전쟁 상태에 있거나 파괴적인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특별한 수단이 돼야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상황이 없었다며, 윤석열 한국 대통령의 최근 계엄령 선포를 비판했습니다.

현재 프린스턴 공공국제문제대학원 방문 교수를 역임하고 있는 로스 전 사무총장은 10일 VOA에 한국 국민들이 즉각적으로 이를 견제하고 나선 것을 높이 평가하면서 이번 계엄 사태를 계기로 한국의 민주주의가 더욱 강해졌다고 말했습니다.

케네스 로스 / 전 휴먼라이츠워치 사무총장
“아이러니하게도 12.3 비상계엄 사태를 계기로 한국의 민주주의가 더욱 강해졌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명백히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을 시도하고 계엄령 선포를 통해 민주주의를 훼손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매우 고무적인 것은 한국 국민들이 즉각적으로 대규모 시위에 나섰다는 점이며, 한국 국회가 계엄령을 따르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는 점도 가장 중요합니다.”

휴먼라이츠워치의 존 시프턴 옹호국장도 이번 사태를 통해 한국이 수십년 간 유지해온 민주주의를 깨뜨릴 수 없다는 시험이자 교훈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이 앞으로의 정치적 혼란 상황을 해결하는 데 있어 현존하는 법체계와 법치주의 체계를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존 시프턴 / 휴먼라이츠워치 옹호국장
“민주적 통치라는 관점에서, 입법부와 정당하게 선출된 지도자들이 법치에 따라 결정을 내리고 사법부가 사안들을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해석하는 헌법 체제를 보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것이 한국 정치 지도자들과 국민들이 앞으로 집중해야 할 부분입니다.”

로버트 킹 전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도 현재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서는 법치주의에 근간을 두어야 한다는 데 동의하면서, 한국이 이러한 민주적, 법치주의적 절차를 잘 진행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로버트 킹 / 전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민주주의에서 한 정당이 행정부를 맡고, 다른 정당이 입법부를 통제하는 상황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문제를 해결하는 절차를 밟아 나가야 합니다. 한국이 문제 해결을 위해 민주적인 방법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한 일이며, 고무적입니다.”

앞서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지난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했지만 한국 국회는 4일 새벽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켜 이를 무력화했습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6개 야당은 계엄 요건 미충족과 헌법 위반 등을 이유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발의했지만 7일 한국 국회에서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탄핵안은 자동 폐기됐습니다.

그러나 6개 야당은 윤 대통령에 대한 또 다른 탄핵 시도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히는 등 정치적 갈등과 불안 상황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