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한국과 연결되는 도로와 철도를 완전히 끊고 ‘남쪽 국경’을 완전히 차단하는 요새화 공사를 진행한다고 선언했습니다. 북한은 이런 조치가 남한의 군사 훈련과 미국 전략자산 전개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내부 불안 해소와 김정은 정권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조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이상도)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는 9일 보도문을 통해 이날부터 한국과 연결된 북한 측 도로와 철길을 완전히 차단하고 견고한 방어축성물들로 요새화하는 공사를 진행한다고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밝혔습니다.
한국과 북한을 잇는 경의선 철도와 도로, 동해선 철도와 도로를 차단한다는 것입니다.
북한 총참모부는 해당 조치가 한국 지역에서의 군사훈련과 미국 핵전략자산 전개, 미국과 한국의 ‘정권 종말’ 경고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가 날로 고조되고 있는 엄중한 사태에 대처해 공화국의 주권 행사 영역과 대한민국 영토를 철저히 분리시키기 위한 실질적인 군사적 조치라고 주장했습니다.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조치는 북한 정권 스스로 내부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정치적 전략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 아태전략센터 부대표
“김정은이 이런 조치를 취하는 이유는 한국이나 미한동맹의 공격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북한 내부의 불만을 더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김정은은 한국 측의 위협을 부각시킴으로써 자신의 실패한 정책, 특히 주민들에게 했던 ‘핵무기를 평화와 번영의 도구로 사용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을 숨기고자 합니다.”
맥스웰 부대표는 그러면서 김정은은 김 씨 정권을 지키기 위한 핵무기와 미사일, 첨단 군사력 개발을 위해, 미국과 미한동맹을 북한의 모든 주민들이 희생하고 고통받아야 하는 숙적이라는 인식을 계속 유지시켜야 한다면서, 그것이 바로 북한의 정치전 전략과 협박 외교라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대선에 앞선 북한의 이 같은 조치는 앞으로의 비핵화 협상 재개를 더 어렵게 한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브루스 베넷 /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김정은이 미국과의 대화에 나서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입니다. 북한 내부의 불안정성이 커지는 상황입니다. 현재 단계에서 김정은은 미국과의 협상을 정당화하기 위해 받아야 할 거래가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겁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다만 오는 11월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김정은은 미국과 대화 재개 가능성을 시험할 수 있다고 보지만 직접적인 협상은 피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한편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입장문을 통해 이미 비무장지대에서 정전체제 무력화를 획책해 온 북한의 이번 차단과 봉쇄 운운은, 실패한 김정은 정권의 불안감에서 비롯된 궁여지책에 불과하며 앞으로 더욱 혹독한 고립을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합참은 또 한반도 정세 불안 원인을 미국과 한국 탓으로 돌린 데 대해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일축하고, 한국군은 일방적 현상변경을 기도하는 북한의 어떠한 행동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사태의 책임은 북한에 있음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