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 IAEA 사무총장이 북한을 두고 사실상의 핵보유국이라고 언급한 데 대해 IAEA는 북핵 문제 해결의 시급성과 대화 필요성을 강조한 말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국제 핵 비확산 체제를 훼손할 수 있는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핵보유국 인정이나 핵군축 협상을 절대 용인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조명수)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26일 유엔총회가 열리고 있는 미국 뉴욕에서 AP 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유엔 안보리 제재와 국제법을 위반한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비판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북한을 사실상의 핵무기 보유국이라고 언급하면서 이런 현실을 인정한 가운데 북한과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프레드릭 달 IAEA 대변인은 27일 그로시 사무총장 발언의 진의를 묻는 VOA의 논평 요청에 그로시 총장의 발언은 유엔 안보리 결의의 유효성을 거듭 강조하면서도 대화의 필요성을 주장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면서 IAEA의 핵 검증 활동인 안전조치의 북한 적용을 위한 최신 보고서 제36항을 포함한 내용 전반을 참조해 달라고 밝혀, IAEA가 북핵 활동에 대한 감시와 안보리 결의 준수 협력에 방점을 두고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그로시 사무총장이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단어를 사용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올리 하이노넨 /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 전 IAEA 사무차장
“차이가 있습니다. ‘핵무기를 가진 국가’와 (국제 공인된) ‘핵보유국’은 같지 않습니다. 저는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로시 총장이 이번 기회를 이용해 북한 문제 해결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전문가들은 또 북한의 핵보유를 인식하는 것과 그것을 인정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면서, 북한 핵보유국 논쟁이 국제 비확산 체제를 훼손하고
북한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 과학국제문제연구소 소장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이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한 것은 현명하지 못한 처사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잘못된 단어 선택이었습니다. 북한 매체들이나 ‘우리는 사실상 핵보유국이다’라고 주장합니다. 따라서 저는 그로시 총장이 이 문제를 해결하고 발언을 철회해야 한다고 봅니다.”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미국 차석대표도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거나 핵군축 협상을 위한 지렛대로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조셉 디트라니 / 전 6자회담 미국 차석대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면 한국이나 일본 등 다른 나라들도 핵무기를 추구하게 될 것입니다.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받아들이고 군비통제 협상에 돌입하는 것은 끔찍한 실수가 될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북핵을 용인하지 않으면서 현재의 북핵 억제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면서, 다만, 그로시 사무총장의 발언처럼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 등의 실마리가 전혀 없이 북한의 핵 역량 진전이 계속되는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되기 때문에 국제사회는 대화와 관여를 위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