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우상화를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올해 마흔 살로, 선대보다 이른 나이인 김 위원장에 대한 우상화를 전면화해 대내외에 수령체제 안정성을 과시하려는 의도지만 국제사회 제재와 경제난 등은 우상화 효과를 이루지 못할 요인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김선명)
북한은 지난달 말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0차 전원회의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얼굴이 단독으로 새겨진 배지를 가슴에 달고 참석한 간부들의 모습을 공개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초상 배지를 착용한 이 사진은 대외매체인 조선중앙통신과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초상 배지는 북한에서 일반 주민부터 최고위층까지 가슴에 반드시 부착해야 하는 대표적인 김 씨 일가의 우상물입니다.
한국의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집권한 지 12년이 된 김 위원장의 우상화 작업이 전면화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임을출 / 한국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우상화 작업이 단계적으로 진행돼 왔는데 이제 단독 초상휘장이 등장했다는 것은 우상화의 정점에 도달했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 위원장에 대한 우상화는 집권 이후 꾸준히 진행돼 왔지만 집권 10년 차를 맞으면서 변화가 포착됐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22년 10월 당 중앙간부학교에서 기념강연을 하면서 ‘새로운 당 건설 5대 노선’을 제시했고, 비슷한 시기 연포 온실농장에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 업적을 기리기 위해 그려진 첫 ‘모자이크 벽화’가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선임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에 대한 우상화 단계가 권력을 장악하고 제도적 지위에 걸맞는 지도자로서의 우상화 첫 단계를 지나 사상가적, 시대사적 지도자로 절대화하는 두 번째 단계로 진입했다고 진단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에 대한 전면적 우상화가 선대 지도자들보다 이른 나이에 이뤄지고 있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의 할아버지인 김일성 전 주석의 경우 초상배지는 그의 나이가 쉰여덟 살이던 1970년 집권 25년 차를 기념해 본격적으로 제작되기 시작했는데, 김 위원장의 올해 나이는 마흔 살로 전면적 우상화 작업이 일찍 시작됐다는 것입니다.
고유환 동국대 명예교수는 3대에 걸친 세습으로 엘리트 참모들은 최고지도자를 절대군주로 떠받드는 일종의 귀족계급이 됐고, 이들은 주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우상화를 조기에 마무리하려 한다면서, 김 위원장의 딸 주애가 일찍 후계자로 주목받으면서 공개 행보에 나서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고유환 / 한국 동국대 명예교수
“개인숭배라는 게 밑에서 떠받치는 엘리트들에 의해서 이뤄지는 것으로 봐야 되거든요. 과잉 충성 현상이 나타나는 거죠. 후계 조기 공식화도 그렇고 이 모든 것이 김정은 절대주의 체제로 가는 의미가 있다고 봐야겠죠.”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북한 매체의 보도를 보면 김 위원장은 전형적인 만기친람형 지도자 즉, 하나부터 열까지 현안을 직접 챙기는 스타일로 보인다면서, 자기 확신이 강하고 자아 도취적인 성향 때문에 자신을 일찍 선대 지도자들과 같은 반열에 스스로 올려놓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조한범 /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실제로 본인이 위대한 성과를 도출했다고 판단하는 것 같아요. 전원회의만 해도 지난해보다 성과가 좋다, 그러나 농사는 지금 초반이고 물가나 환율은 최악인 상황이거든요. 그렇게 보면 김정은 위원장 본인이 실제로 자기가 충분히 선대 위상에 올라섰다고 판단하는 것 같아요.”
조 선임연구위원은 그러나 선대 지도자들이 우상화를 본격화했던 시점보다 김 위원장의 현시점은 심각한 경제난과 국제사회 대북 제재, 대남정책에서의 민족과 통일 개념 지우기로 인한 이데올로기적 혼란 등 우상화 효과를 떨어뜨릴 불안 요인들에 둘러싸여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VOA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