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사는 러시아 파견 노동자 출신 탈북민들이 해외 인력 파견이 강제노동과 무관하다는 북한의 주장을 일축했습니다. 이들은 돈은 제대로 받지도 못하면서 하루 20시간가량 일을 강요당했고 노동 환경도 열악했다고 증언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김정호)
러시아에 파견돼 건설 노동자로 일했던 탈북민 출신의 한바울 씨는 파견 노동자들에게 강제노동이 아닌 게 없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당국의 지시를 받고 있는 관리인들의 강압에 따라 하루 20시간 가깝게 일을 했지만, 월급은 제대로 받지도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한바울 / 미국 거주 탈북민
“미장일이 밤 11시, 12시에 끝나잖아요. 그럼 밥 대충 (해서) 먹고. 술 한 컵 마시고 자요. 그리고 새벽 5시에 일어나서 또 일하고. 쉬는 시간이란 게 없어요. 정확하게 말하면 인신매매. 사람들 데려다가 돈은 자기들이 다 가져가고 사람들은 어디로 빠지지도 못하게 막고. 아마 기자님들 가서 그 사람들 일하는 것 보면 눈물 흘릴 거예요.”
과거 북한군 소속 벌목공으로 러시아에 파견됐었던 장천국 씨는 한 소대가 산속에서 함께 지냈기 때문에 작업 환경이나 노동 시간 보장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미국 서부에서 건설업종 일을 하고 있는 장 씨는 지금은 매달 수천 달러를 벌고 있다며 러시아에서 혹사당한 것을 생각하면 너무 억울하다고 토로했습니다.
장천국 / 미국 거주 탈북민 (음성 변조)
“(상납금) 다 떼고 주니까 우리한테 적게 주죠. 우리는 보통 그때 당시 내가 한 달에 30~40달러? (상납금으로) 80%를 떼갔다고 볼 수 있겠죠. 굉장히 억울하죠. 여기서 (미국에서) 주는 것처럼 줬으면, 난 3년 일했는데 아마 북한의 가족들에게도 많이 보낼 수 있었겠죠.”
한국 통일부가 27일 발표한 ‘2024 북한인권보고서’는 이 같은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보고서는 해외에 파견된 북한 인력은 휴식을 보장받지 못한 채 매일 13시간이 넘는 노동으로 혹사당하면서 임금의 평균 70% 이상을 상납하는 등 ‘노예노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북한 당국의 임금 착취가 매우 심각하다면서 러시아 파견 노동자는 1인당 월급으로 50~150달러를 받은 반면 상납금은 네 배가량인 650달러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러시아에서 난민 지위를 받아 미국에 입국한 뒤 중서부 도시에서 활동 중인 존 김 목사 역시 러시아 파견 노동자들의 노동환경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존 김 목사 / 미국 거주 탈북민 (음성 변조)
“노동자들이 아프면 거기에 대한 보상이 뭐 있나요? 없거든요. 우리는 다 보험이 있지만 북한은 없습니다. (다치면) 본인만 손해 나는 거죠. 첫째가 인건비, 그다음에 생활 조건, 먹는 문제 더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끝이 없죠. 뭐. 그러니까 북한 당국은 계속 거짓말을 하는 거죠.”
북한의 노동자 해외 파견은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2020년부터 금지됐습니다.
하지만 지난 3월 발표된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보고서는 북한 노동자들은 건설과 식당, IT 정보기술 등 여러 분야로 40여 국에 10만 명이 나가 있으며, 정보기술 분야를 제외하고 이들은 연간 5억 달러의 벌어들이고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앞서 북한은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미국이 지난 24일 발표한 올해 인신매매 보고서를 비난했습니다.
특히 국무부가 북한의 해외파견 강제노동에 대해 우려를 나타낸 데 대해, 주권 국가들간에 친선이 강화됨에 따라 정치,경제, 문화, 인적교류가 활발해지는 것은 당연한 순리이고 호혜, 평등에 기초한 것이라면서 강제노동과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