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위법 행위로 대북제재 대상으로 지목됐던 북한 선박 10여 척이 중국 항구와 공해상을 활발히 운항 중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안보리가 5년째 새로운 제재 부과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이상도)

지난 3일 중국 산둥성 동쪽 약 16km 해상에서 남쪽 방향으로 운항하던 북한 선박, 연풍 3호가 포착됐습니다.

선박의 위치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 지도에 잡힌 연풍 3호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로부터 제재 권고를 받은 선박입니다.

전문가패널은 2019년 보고서를 통해 연풍 3호가 과거 가림천호로 운영되던 2018년 9월과 10월 사이 선박 간 환적 방식으로 다른 선박에 석탄을 넘긴 사실을 적발하고 이 선박에 대한 제재를 권고했습니다.

VOA 확인 결과, 최근 열흘 사이 중국 항구에 입항하거나 중국 근해에서 운항 흔적을 남긴 ‘제재 위반’ 북한 선박은 연풍 3호를 비롯해 모란봉 2호와 철봉산 1호, 무포호, 안니호, 부양2호 등 모두 11척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들 선박 대부분은 다롄과 롄윈강, 산둥성 인근 등 중국 영해에서 항해 중이었습니다.

불법 행위를 저지른 전력이 있지만 유엔 안보리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서 여전히 활발히 중국을 드나들고 있는 것입니다.

선박을 제재할 실질적 권한을 쥐고 있는 안보리는 지난 2018년 10월을 마지막으로 5년 가까이 북한 선박에 대한 제재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습니다.

5개 상임이사국의 반대 없이 유엔 안보리 이사국15개국 중 절반 이상이 동의해야 하는데, 몇 년째 상임이사국인 중국, 러시아가 북한을 비호하면서 이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고, 북한은 이를 통해 핵·미사일 개발 등의 자금을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에서 활동했던 닐 와츠 전 위원은 미국을 비롯해 각국이 제재 위반 선박 단속에 직접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닐 와츠 / 전 안보리 대북제재위 전문가패널 위원
“유엔의 추가 제재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선 독자제재 부과 등 같은 생각을 가진 나라들이 나설 수 있습니다. 그 나라들이 함께 한다면 북한에 선박을 팔거나 중개하는 자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이들과 거래하는 회사를 배척하는 방식으로 이들을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하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와츠 전 위원은 그러면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도 이런 북한 선박들을 계속 보고서에 언급해야 한다면서, 그래야 선박을 활용하거나 용선하는 기업들에게 주의와 경고를 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