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 엘리트층의 탈북 현상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오늘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유엔난민기구는 북한 국적의 난민이 260명 정도라고 집계했는데, 김정은 체제에 대한 희망을 접었다는 분석을 포함해 다양한 진단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북한의 엘리트들의 탈북 추세와 원인을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이상훈)
최근 한국 언론이 정부 고위관계자를 통해 전한 엘리트 탈북민 증가 추세는 한국 통일부가 발간한 ‘2023 북한인권보고서’를 통해서도 확인됩니다.
평양시 출신 탈북민은 지난 2017년 이전까지 조사 대상 3%에 그쳤지만 이후 지난해까지 5년 동안은 11%로 늘었습니다.
북한 외교관 출신의 김동수 연구위원은 엘리트층 탈북 원인으로 외화벌이 실적 저조에 따른 책임추궁, 오랜 해외 생활로 체감한 김정은 정권의 실정에 대한 회의감, 귀국하면 당이 사상투쟁으로 압박할 것이 뻔한 현실을 지목했습니다.
김동수 /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
“그야말로 외화벌이라는 게 악조건이거든요. 중국이나 러시아에서 좀 하던 것도 지금 코로나 때문에 하지도 못하고 무조건 (돈을) 들여보내야 연장하고 하는데 그것도 안 되고 하니깐 소환되는 거죠. 다시 못 나오는 거예요. 들어갔다가는 다시 돈이 없으니깐 파견되어 못 나오니까 마지막 결심을 하는 거죠.”
한국 국회 태영호 의원은 리용호 외무상의 숙청을 지켜본 북한 외교관들의 심리적 동요를 지적했습니다.
김정일의 집사이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어릴 때부터 돌봐줬던 리명재 전 조직지도부 부부장의 아들인 리 외무상마저 숙청되자 회의감이 커졌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태영호 / 한국 국회의원
“북한 외교관들한테는 목숨이 언제든 파리 목숨이니까. 리용호가 진짜 처형됐는지는 제가 확인할 수는 없고. 저는 북한 외교관들이 오롯이 김정은에게 충성을 해도 까딱 한 번만 실수하면 목숨이 날아가는 겁니다. 한 번 왔다가는 인생인데 그런 체제에 기대를 갖지 말고 좀 이제는 냉정하게 생각하고 자기 인생을 돌이켜 봤으면 좋겠어요.”
해외에 파견된 북한 인력들, 특히 정보기술 요원들의 탈북도 지난 몇 년 동안 꾸준히 늘고 있는데, 이들은 대부분 평양의 김책공대와 김일성종합대 등을 졸업한 20~30대 IT 전문가들입니다.
이들의 탈북을 돕는 관계자들은 해외에 장기 체류하면서 미래의 꿈과 돈을 수탈당하는 데 대한 반감이 커졌다고 지적했습니다.
허강일 / 전 중국 류경식당 지배인
“앞날이 안 보인다는 거예요. 서로 다 얘기하는 거 보면, 말하자면 아까운 청춘을 썩히기 싫다는 거죠. 진짜 많이 고민해요. 들어가자니 끔찍하고 또 탈북하자니 가족하고 작별 인사 못 해서 한쪽으로는 죄스럽기도 하고. 대부분 (버는 돈의) 90%를 다 뺏기고 돈도 못 쥐고 외출도 못 나가고 그러니까 수입이 나면 다 수탈해 가니까 거기에서 반감이 많더라고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국 정보당국의 적극적인 노력이 엘리트층 탈북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변변한 일자리조차 없었던 조성길 전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대리 등은 다시 정부 연구기관에 채용되고 있습니다.
김일성대를 다니다 중국 유학 중 탈북한 김금혁 씨는 최근 국가보훈부 5급 사무관으로 출근하고 있습니다.
김금혁 / 국가보훈부 사무관
“이것을 성공이라고 부르면 절대 안 되지만 그래도 자기 분야에서 잘 자리를 잡고 열심히 성과를 내고 있는 사람들의 소식이 좀 더 많이 (북한에) 전해져서 탈북을 고민하거나 혹은 동요 상태에 있는 사람들한테 긍정적인 시그널을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미국 전문가들은 북한 엘리트들의 탈북과 한국에서의 삶은 김정은 위원장의 정당성을 훼손하고 북한 특권층에 대안적 삶을 선택할 수 있다는 신호를 준다고 평가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