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17개월 동안 억류됐다가 혼수상태로 송환된 뒤 숨진 오토 웜비어의 부모가 미국이 동결한 북한의 암호화폐와 디지털 자산에 대한 정보 공개를 법원에 요구했습니다. 법원이 이를 곧바로 승인했는데, 미국 내 북한 암호화폐 자산이 얼마나 회수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김정호)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이 워싱턴 DC 연방법원에 제출한 북한 자산 공개에 대한 ‘보호명령’ 요청서입니다.

이 요청서에 따르면 지난 4월 13일 오토 웜비어의 부모는 미국 대통령 행정명령과 ‘대북제재법’에 의거해 차단된 북한의 암호화폐 또는 디지털자산에 대한 특정 정보를 요구하는 소환장을 냈습니다.

일반적으로 특정인이나 기관의 은행계좌 또는 자금 정보는 영업비밀법 등에 의거해 제3자에게 공개돼선 안 되지만, 미국 법원은 ‘보호명령’을 통해 한시적으로 공개를 허용할 수 있습니다.

워싱턴 DC 연방법원의 베럴 하월 판사는 다음 날인 3일 ‘보호명령’을 승인하고, 해외자산통제실이 북한 자산 정보를 웜비어 가족과 공유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웜비어의 부모인 신디 웜비어와 프레드 웜비어 씨는 북한 당국의 고문으로 아들이 사망했다며 2018년 4월 워싱턴 DC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같은 해 12월 하월 판사는 약 5억 달러 배상의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웜비어 씨 부부는 이후 5억 달러를 회수하기 위해 전 세계에 흩어진 북한 자산을 추적해 왔습니다.

실제로 2019년에는 북한산 석탄을 불법 운반하다가 인도네시아 당국에 억류된 뒤 미국 정부에 몰수된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 호에 대해 소유권을 주장해 이를 인정받았습니다.

웜비어 부모는 이 선박의 매각 대금을 일부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따라서 이번 북한의 암호화폐 또는 디지털자산 정보 공개 요구는 해외자산통제실의 북한 관련 자금 정보를 확인해,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지 판단하려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웜비어 씨 부부는 2019년부터 매년 법원의 보호명령 아래 해외자산통제실 등이 차단한 북한 자산 정보를 파악하고 있지만 암호화폐 등 디지털 자산 정보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오토 웜비어는 대학생 신분으로 2015년 말 여행으로 북한을 방문했다가 억류된 뒤 17개월 동안 구금됐다가 2017년 6월 혼수상태로 미국에 송환된 뒤 엿새 만에 숨졌습니다.

2018년 12월 워싱턴 DC 연방지방법원은 의료진 소견을 바탕으로 오토 웜비어는 전기충격과 물고문 등으로 추정되는 산소공급 중단 등의 고문을 당해 식물인간 상태를 거처 사망에 이르렀다는 증거를 인정하고 북한 정부에게 5억 113만 달러를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VOA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