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담배와 관련 제품을 판매한 다국적 기업이 잇따라 대북제재 위반으로 거액의 벌금을 물게 된 가운데 최근 북한의 중국산 담배 수입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북한에는 3억 개비가 넘는 중국 담배가 유입됐는데, 올해는 그 규모가 더 커질 전망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취재: 김선명 / 영상편집: 조명수)
지난해 북한은 중국에서 1천407만 달러어치, 개수로는 약 3억 6천694만 개비에 해당하는 담배를 사들였습니다.
중국 해관총서 자료에 따르면 2016년까지만 해도 수입액 474만 달러였던 북한의 대중 담배 수입액은 2017년 827만 달러, 2018년 1천789만 달러, 2019년 3천574만 달러 등으로 매년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여왔습니다.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가 몰아친 2020년과 2021년 잠시 주춤했지만, 2022년 다시 1천만 달러를 넘기면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 북한의 담배 관련 물질과 물품의 수입액을 더하면 대중국 담배 수입 규모는 더 커집니다.
2022년 북한은 ‘기타 담배 대용물’ 2천371만 달러어치와 ‘잎담배와 담배 부산물’ 1천305만 달러어치, 담배 필터와 담배 용지 각각 265만 달러와 195만 달러어치 등을 중국에서 구매했습니다.
여기에 담배 수입액 1천407만 달러를 더하면 북한이 담배 관련 제품에만 최소 5천750만 달러를 썼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그런데 올해는 첫 3개월 만에 지난해 전체 담배 수입액의 절반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나,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올해 중순쯤 작년 기록을 뛰어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심각한 경제난과 식량난에 허덕이고 있는 북한의 이 같은 담배 관련 품목 수입은 같은 기간 식량이나 비료보다 더 많은 돈을 지출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지난해 5월 북한에 대한 새로운 유엔 제재를 추진한 미국 정부는 담배와 담배 부산물, 관련 물질 등을 대북 수출금지 품목으로 추가하자고 제안했었습니다.
비록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뜻을 이루지 못했지만, 미국 정부는 최근 독자 제재 규정을 이용해 북한에 담배를 수출하는 다국적 기업 등에 각종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앞서 미국 법무부는 지난달 25일 세계 2위 규모의 영국 담배회사 ‘브리티쉬 아메리칸 토바코(BAT)’가 북한에 담배를 판매하고 수익금 등을 미국 은행망을 이용해 송금한 혐의를 인정해 6억 2천900만 달러의 벌금을 내기로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법무부는 북한의 담배 거래에 관여한 혐의로 북한 은행원 심현섭 등을 연방법원에 기소하고, 500만 달러의 포상금을 걸었습니다.
그 밖에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은 지난 3월 인도 뭄바이 소재 기업 ‘고드프리 필립스 인디아’가 북한에 7만kg이 넘는 양의 담배를 수출한 혐의를 인정하고, 33만 2천500달러의 벌금을 내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또 북한 '대성무역총회사'에 담배 종이를 수출한 혐의를 받던 인도네시아 소재 제지업체 'PT BMJ' 사는 2021년 101만 6천 달러의 벌금을 미국에 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