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이 북한이 서해상에서 벌이고 있는 선박 간 환적의 자세한 상황을 공개했습니다. VOA가 여러 차례 보도한 선박 간 환적 정황이 유엔의 자료를 통해 좀 더 구체적으로 확인됐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이상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이 공개한 북한 서해 초도 남쪽 해상의 지난해 5월 30일 자 위성사진입니다.

선박 3척이 밀착한 모습으로 각각 ‘순창 78’호와 ‘토요 하루(소백수)’호, ‘백양산’호라는 표식이 붙어 있습니다.

이 가운데 순창 78호는 지난해 VOA가 북한 해상에 출현했다고 지목한 중국 선박인데, 이 선박이 북한 영해에서 다른 북한 선박 2척과 선체를 맞댄 채 뭔가 주고받고 있는 장면이 포착된 것입니다.

전문가패널의 올해 보고서에는 이처럼 북한 서해 초도 일대에서 이뤄진 선박 간 환적의 자세한 상황이 위성사진 자료와 함께 공개돼 있습니다.

앞서 VOA는 지난해 서해 초도 인근 해상에서 36건의 환적 의심 사례를 발견해 보도했습니다.

환적에 가담한 선박은 2~3척씩 선체를 바짝 밀착한 형태로 민간위성업체 ‘플래닛 랩스’의 위성사진으로 포착됐는데, 이번 전문가패널의 보고서에는 당시 상황이 좀 더 자세히 담겨 있습니다.

특히 전문가패널은 민간 위성사진이 아닌 유엔 회원국이 제공한 위성사진, 즉 특정 국가 정보기관의 위성 자료를 토대로 구체적인 선박명까지 확인해 공개했습니다.

전문가패널이 지난해 4월과 5월 북한 초도 일대 해상에서 선박 간 환적에 가담한 선박 중 이름을 공개한 선박은 10여 척에 이릅니다.

이들 중 약 절반은 북한 선적이고, 나머지는 대부분 중국 깃발을 달거나 중국 회사가 관리하는 등 중국과 직간접적인 연관이 있는 선박들입니다.

이들 선박이 어떤 물품을 주고받았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중국에서 출항한 물품이 환적을 통해 북한에 건너간 사실은 명확해졌습니다.

전문가패널은 중국 선적의 바지선 장선푸 6988호가 선박 2척 사이에 자리한 위성사진도 공개했습니다.

크레인을 이용해 한쪽 선박에 실린 석탄이나 모래 등을 다른 선박으로 옮기는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북한이 서해 초도 인근 해상을 주요 환적지로 이용하기 시작한 시기는 지난해부터입니다.

북한의 잇따른 핵·미사일 개발 시험 등으로 대북제재, 즉 유엔 안보리는 결의 2375호 11조를 통해 북한이나 북한을 대리하는 선박이 어떤 물품도 건네받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