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북한이 최소 8척의 중고 선박을 구매해 북한 당국에 등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과의 선박 거래를 금지한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것인데, 이 가운데 일부 선박들은 과거 누구의 소유였는지, 기록이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돼 북한의 ‘선박 세탁’ 정황이 의심되고 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조명수)
국제해사기구 IMO의 국제통합해운정보시스템(GISIS) 자료입니다.
2002년 9월 건조된 선박 ‘락낭2’호가 2022년 10월 북한 깃발을 단 것으로 안내돼 있습니다.
건조 당시 중국에 등록돼 20년간 중국 깃발을 달았지만 갑자기 지난해 북한 선박이 된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지난해 북한은 8척의 중고 선박에 자국 깃발을 단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이들 8척 중 5척은 과거 중국 선적 선박으로 나타나 북한이 중국에서 선박을 불법으로 대거 매입했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6년 채택한 대북 결의 2321호를 통해 유엔 회원국들이 북한에 선박을 판매하거나 북한 선박을 구매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위장회사를 동원해 중국은 물론 한국과 타이완 회사 소유의 중고 선박을 구매하고, 이를 공해상 선박 간 환적 등 불법 행위에 동원한다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더 큰 문제는 중국 선적 정보가 확인된 이들 5척을 제외한 나머지 3척입니다.
북한이 작년에 새로 등록한 선박 8척 중 5척은 최소한 중국 선적 선박이었다는 기본 정보가 확인되지만, 나머지 3척은 건조 연도만 있을 뿐 다른 어떤 나라에도 등록된 기록이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북한이 지난해 11월 IMO에 등록한 묘향5호의 경우 2004년 8월이 건조 연도로 안내돼 있지만, 정식으로 특정 국가의 깃발을 단 건 2022년 11월, 즉 북한에 선적이 등록된 시점이 처음입니다.
지난 20년간 무적으로 있던 선박이 갑자기 북한 선박이 돼 나타난 것입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해군 대령 출신으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에서 활동한 닐 와츠 전 위원은 28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북한이 고유식별번호를 조작했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와츠 전 위원은 “북한이 신규 혹은 중고 선박의 이전을 금지하는 대북제재에 대한 해법을 찾은 게 분명하다며 북한은 선박 중개인, 조선소 등과의 공모로 ‘선박 세탁’ 방식을 성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매년 발행하는 연례보고서에 북한 선박이 고유식별번호와 해상 이동업무 식별번호를 조작해 제재 회피 활동에 나선 사례를 공개해 왔습니다.
따라서 이번에도 북한이 기존의 고유식별번호가 아닌 새로운 식별번호를 스스로 부여해 이를 IMO에 등록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것입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