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간 북한 남포 유류 항구에 50척에 육박하는 유조선들이 드나든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중국이 북한에 수출한 연료성 유류가 하나도 없다고 밝혔지만, 북한은 어디에선가 유류를 계속 공급받고 있다는 의미여서 대북제재에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이상도)
지난 21일 북한 남포 유류 하역시설을 촬영한 ‘플래닛 랩스’의 위성사진에 유조선 2척이 보입니다.
길이가 각각 95m인 이들 유조선들은 바다 쪽으로 길게 뻗어있는 하역 부두 2개에 각각 선체 중간 부분을 밀착한 상태입니다.
부두 반대편, 즉 육지 부분이 북한의 최대 규모로 알려진 유류 탱크 밀집 지대라서, 이들 유조선이 유류를 하역하는 장면이 포착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곳에서 서쪽으로 700m 떨어진 곳에 또 다른 유류 하역 부두에서도 유조선 2척이 발견됐습니다.
이런 식으로 지난 1년간 남포 유류 하역시설에 정박해 위성사진에 포착된 유조선의 수는 모두 48척입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유조선 1척이 실을 수 있는 유류 양은 선박에 따라 1만에서 3만 배럴로 추정했는데 남포에서 포착된 48척의 유조선에 적용하면 북한은 최소 48만에서 최대 144만 배럴의 정제유를 확보했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짙은 구름이 낀 날이나 야간에 활동해 포착되지 않은 유조선 등을 고려하면 실제 유조선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되며, 이에 따라 북한은 유엔 안보리 결의로 규정한 연간 유류 50만 배럴 공급 상한선을 훨씬 넘게 유류를 공급받은 것으로 파악됩니다.
문제는 이처럼 북한이 많은 양의 유류를 반입한 정황이 있는데도 유엔의 공식 기록은 이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앞서 VOA는 중국 해관총서 자료를 분석해 지난해 중국이 북한에 공급한 정제유라며 보고한 내역엔 아스팔트 재료인 석유역청과 윤활유, 석유젤리, 윤활유용 기유 등 비연료 유류만 있을 뿐이라고 전한 바 있습니다.
이는 중국의 공식 대북 정제유 공급량에 휘발유와 경유, 등유 등 일반적인 연료용 유류 제품은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는 의미여서 보고의 신뢰도가 매우 낮다는 지적입니다.
윌리엄 브라운 / 미국 메릴랜드대 교수
“석유 제품은 일반적으로 유조선과 몇천 톤을 실을 수 있는 소형 선박에 의해 남포로 운송돼 북한으로 유입됩니다. 여기서 말하는 석유 제품은 대체적으로 휘발유와 제트연료인 등유 그리고 경유입니다. 하지만 유조선의 수를 세지 않고서는 얼마나 많은 석유 제품이 유입되는지는 알기 어렵습니다. 중국이 보고를 하지 않기 때문일 겁니다. 대북제재에 큰 구멍이 뚫린 것이죠.”
브라운 교수는 중국이 수년 전부터 북한에 무상으로 제공하는 원유의 양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밀수출되는 정제유와 별도로 송유관을 통해 이뤄지는 중국의 ‘대북 원유 공급’도 국제사회가 주목해야 할 사안이라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