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북한인권조사단체가 최근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방사성 물질의 지하수 오염 문제를 제기하면서 핵과 인권은 직결된 사안으로 함께 다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북한 방사능 안전 관리에 대한 우려가 나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이상도)
북한에서 3차 핵실험 뒤 2014년 고향 함경북도 길주에서 탈북해 한국에 정착한 미래 씨는 과거 주변에 혈액암 등 암 환자가 이상할 정도로 많았다고 회고했습니다. 어지럼증과 구토, 혈액암을 앓는 사람들이 언젠가부터 급증했지만 원인을 알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역시 길주 출신으로 한국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는 한봉희 씨도 고향이 같다며 찾아오는 길주 출신 탈북민들을 진료하면서 특이한 점들이 너무 많아 놀랐다고 말했습니다.
한봉희 / 탈북민 출신 한의사
“일반 통증 환자들과 많이 다른 것이, 다리가 뼈까지 아프고 콕콕 쑤시는 통증인데 X-레이 등으로 검사를 해도 나타나지 않는 거예요. 기질적으로 무슨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병원에서) 혈액검사를 해도 다 정상이라고 나오고, 아프다고 호소해도 거기에는 진통제밖에 없고…”
탈북민 최초로 일본 도쿄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한국 샌드연구소의 최경희 대표는 과거 조사에서 탈북민들 가운데 여러 사람이 염색체 변이 등 피폭 의심 결과가 나왔지만 지난 2017년과 2018년 한국 정부는 해석의 여지도 없이 묻어 버리면서 추가 조사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여러 정황을 볼 때 북한 핵실험장 주변 주민들의 피폭 가능성이 높으며 현재 진행형인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최경희 / 한국 샌드연구소 대표
“가장 심각하게 보는 것은 북한 내부에서 지금 현재 진행형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노력이 부족해서 그 진행형을 확인하지 못한다는 것이죠. 과학적인 정확한 숫자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파악은 할 수 있거든요. 그런 노력조차 안 했다는 거죠.”
국제사회에서도 북한 핵실험장의 안전 관리와 식수 오염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계속돼 왔습니다.
미국의 핵 과학자인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 소장은 22일 VOA에 영변 핵시설과 풍계리 핵실험장의 안전 기준이 매우 미흡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 과학국제안보연구소 소장
“북한은 방사성 물질(핵종)을 숨기려고 했던 전력이 있기 때문에 대기 방출을 제한하도록 집중했을 수 있지만 지하수에 들어가는 것은 신경 쓰지 않았을 것입니다. 방사성 물질의 공기 방출 경로는 그리 중요하지 않겠지만 수로에는 분명히 포함됐을 수 있습니다.”
앞서 한국의 인권조사단체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은 지난 21일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방사성 물질의 지하수 오염 위험 문제를 보고서로 발표했습니다.
보고서는 북한의 핵실험이 김정은 정권이 주장하는 것처럼 안전하지 않다는 것으로, 조사 결과 풍계리 핵실험장 인근 지역 주민 수십만 명이 방사성 물질 유출과 물을 통한 확산으로 건강 위험에 처해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방사능에 오염된 농수산물과 송이버섯 등 특산물이 주변국으로 밀수출, 유통되면서 한국, 중국, 일본 등 인접국 국민도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실제로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015년 중국에서 밀반입된 북한산 능이버섯에서 기준의 9배가 넘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VOA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