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무성이 최근 서울 유엔인권사무소장의 VOA 인터뷰 내용을 강하게 비판한 것은 바이든 행정부의 최근 북한인권특사 지명 등 북한인권에 대한 적극적인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다고 북한 외교관 출신 탈북민들이 지적했습니다. 미국의 전직 관리들은 서울 유엔인권사무소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북한이 정직한 논의를 하고 싶다면 국제 인권 관계자들의 방북을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김정호)

북한 외무성이 지난달 31일 조선인권연구협회 장철호 연구사 이름으로 홈페이지에 올린 글입니다.

북한은 서울 유엔인권사무소의 제임스 히난 소장이 VOA와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북한에 대한 인권 감시와 책임추궁 방도 모색 등 사무소의 주요 사명을 떠벌였다며 이 사무소는 유엔에서 강압 채택된 인권결의의 산물이자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실행 도구라며 즉각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히난 소장은 지난달 VOA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모든 나라가 인권 문제가 있지만 북한은 심각한 인권 상황을 진전시킬 시민사회조차 없다며 사무소의 임무는 인권 침해에 대한 감시와 기록, 피해자들을 위한 책임규명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설명했었습니다.

영국주재 북한 대사관의 공사 출신인 한국 국회 국민의힘 소속의 태영호 의원은 외무성의 반박은 최근 바이든 행정부의 움직임을 크게 의식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태영호 / 한국 국회 국민의힘 의원(전 북한 외교관)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인권특사를 지명했기 때문에 김정은도 지금 VOA 보도의 화법과 기조를 더 촉각을 세우고 볼 것입니다. 왜 VOA 보도에 민감하게 반응하냐면 VOA의 보도 기조는 미국 행정부의 정책 기조가 담겨 있다고 보는 겁니다. 그래서 일반 대한민국의 통신이 보도하는 것보다 몇 배로 북한은 VOA를 주시합니다.”

2019년 한국에 망명한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대사 대리도 비슷한 지적을 하면서 한국에 대한 비판 강도를 높이는 연장선상으로도 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류현우/ 전 쿠웨이트주재 북한 대사대리
“한국과 관련된 게 얽혀 있으면 좀 적대적인 언행이 많이 나옵니다. 서울에 있는 유엔 인권사무소이지만 북한만을 딱 조준한 북한만을 명중하고 서울 유엔인권사무소가 존재하는 듯한 그런 감정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까부셔라’ 하는 식으로…”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북한이 인권에 대해 불평하고 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서울 유엔인권사무소와 VOA가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준다고 말했습니다.

로버트 킹 / 전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서울에 있는 유엔 외교관들은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해 정보를 수집하고 관심을 환기하는 일을 훌륭히 수행해 왔습니다. 유엔인권사무소가 서울에 있는 것은 유익하다고 생각합니다.”

로버타 코헨 전 국무부 인권 담당 부차관보는 북한 지도부가 유엔 시스템을 비난하는 것은 수십 년 동안 북한 주민들에게 반인륜적인 범죄를 저질러온 북한의 고위 관리들, 강제수용소 책임자들, 하급 관리들을 재판하는 데 필요한 증언과 위성사진 등 증거를 제공할 수 있다는 데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정부가 인권 기록에 대해 정직한 논의를 하고 싶다면 유엔인권최고대표와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국제적십자위원회, 인권 비정부기구들의 북한 방문을 허용해 개탄스러운 인권 상황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