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과 각국 정부, 시민사회단체들은 올해 다양한 보고서를 통해 북한 주민들의 인권과 인도주의 상황이 매우 악화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제77차 유엔총회에 각각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3년째 이어진 북한 지도부의 과도한 국경봉쇄와 통제 강화로 경제난이 가중됐고, 주민들의 이동과 표현의 자유가 더욱 악화됐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올해 임명된 살몬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코로나로 인한 보건 위기와 완전한 고립 속에서 북한 주민들이 감내해야 했던 희생과 고난에 대해 크게 공감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우려는 유엔 인권이사회와 유엔총회의 표결 없는 북한인권결의안 채택으로 이어졌고, 미국 정부는 북한 인권을 주제로 열린 안보리 비공개회의를 계기로 김정은 정권의 무책임한 행태를 거듭 비판했습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 유엔주재 미국대사 (지난 9일)
“전체주의적인 북한 정권은 10만 명 이상 정치범 수용소에 가뒀습니다. 그들은 고문과 강제 노동, 즉결 처형, 기아, 성폭력에 시달립니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 COI는 2014년 이런 인권유린이 반인도적 범죄에 해당한다고 밝혔습니다. 가해자들은 책임을 져야 합니다.”
국제 시민사회의 우려와 비판도 이어졌습니다.
세계 100여 개 나라의 인권 상황을 감시하는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북중 접경지역인 회령 주변에 올해 9.2km 달하는 새 철조망이 설치됐고 감시초소가 169개로 증가했다고 지적하며, 김정은 정권이 코로나 팬데믹을 명분으로 주민 통제를 완전히 복원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5월 출범한 한국 윤석열 정부는 장기간 공석 중이던 외교부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를 임명하고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 다시 동참하면서 지난 정부와 달리 북한 인권 문제에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황준국 /유엔주재 한국대사 (지난 10월)
“북한의 핵 프로그램과 인권 상황은 둘 다 독특한 북한 정권의 생존과 직결돼 있기 때문에 동전의 양면과 같습니다. 북한 인권이 북핵 문제에 이은 ‘2순위’라는 관념은 불식되어야 합니다.”
북한 정권은 올해도 변한 없이 북한에는 국제사회가 지적하는 인권 침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되풀이했습니다.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 (지난 11월)
“오늘날 미국과 서방국가는 인권 문제를 내정간섭과 다른 나라의 체제 전복을 위한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고 있으며 그런 속셈을 실현하기 위한 무대로 유엔을 악용하고 있습니다”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해 미국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인권 전문가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여전히 북한인권특사를 지명하지 않은 것과 미국 의회에서 북한인권법 재승인 법안이 통과되지 못한 점을 지적했습니다.
또 북핵 협상 교착 국면에서 인권에 관해 목소리를 높이다 협상이 시작되면 침묵하는 등 인권 문제가 핵 협상의 불쏘시개로 활용됐던 과거의 전례를 반복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VOA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