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북한 남포에서 발견된 제3국 선박이 결국 북한 깃발을 단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때 중국계 회사가 관리하던 선박이 어떻게 북한 소유가 됐는지 관심이 쏠립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조명수)
선박의 실시간 위치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의 지난달 28일 지도에 북한 깃발을 단 ‘경성3’호라는 이름의 화물선이 보입니다.VOA가 국제해사기구 IMO 번호 등 기본 정보를 확인한 결과 경성 3호는 지난 8월 북한 남포에 도착했던 제3국 선박 ‘애니’호와 동일한 것이었습니다.
당시 VOA는 태평양 섬나라 니우에 깃발을 단 애니호의 북한 남포 입항 사실을 보도한 바 있는데, 불과 한 달 만에 니우에 선적의 애니호가 북한 선적의 경성 3호가 돼 나타난 겁니다.
중량톤수 2천997톤의 경성 3호는 2009년에 건조된 비교적 신식 선박으로, 줄곧 중국 선적 롱강1호로 운항돼 왔습니다.
그러나 올해 4월 니우에 깃발을 달면서 이름을 애니호로, 소유는 중국계 회사로 추정되는 ‘우저우 쉬핑’으로 변경됐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올해 4월과 9월 사이, 우저우 쉬핑으로부터 애니호를 구매했을 가능성과 처음부터 이 회사가 북한의 위장회사였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우저우 쉬핑이 중간에서 브로커 역할을 했을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따라 지난 2016년 채택한 대북 결의 2321호를 통해 유엔 회원국들이 북한에 선박을 판매하거나 북한 선박을 구매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북한이 위장회사를 동원해 중고 선박을 구매하는 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VOA는 2021년 7월까지 타이완 소유였던 화물선 ‘더블 해피니스 1’호는 올해 3월 북한 선적의 ‘SF블룸’호로 다시 태어났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또 한때 한국 소유였던 1만t급 이하 중고 선박 여러 척이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9년과 2020년 집중적으로 북한으로 넘어가 파장이 일었습니다.
실제로 2019년 12월 한국 인천항을 떠난 지 불과 9일 만에 북한 송림항에서 발견돼 논란이 일었던 한국의 ‘리홍’호는 북한 자성무역회사의 ‘도명’호로 탈바꿈했습니다.
또 2019년 북한으로 벤츠 차량 등을 옮기며 제재 위반에 연루됐던 ‘지유안’호는 불법행위 포착 두 달 전까지만 해도 한국 깃발을 달았던 ‘서니 시더’호였고, 2020년 10월부터 북한 선적을 갖게 된 ‘수령산’호도 같은 해 7월 16일까지 한국의 한 해운회사가 선주였습니다.
아울러 지난 몇 년간 수십 차례의 대북제재 위반 행위가 포착된 선적 미상의 ‘뉴콘크’호도 한 때 한국 선박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는데, 매각을 위해 한국을 떠나면서 차항지를 ‘북한’으로 보고했지만 어떤 제지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동근 / 우창해운 대표 (지난 4월)
“북한이 필요로 하는 선박의 사이즈는 보통 1만톤 이하 이 사이즈를 요구하기 때문에 이 크기의 (선박) 매매 계약이 이뤄질 때는 당국과 선박 판매자가 자금 출처 등을 유의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이런 전력이 있는 회사에 대해선 법적 제재할 필요가 있겠죠.”
이런 가운데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최근 북한의 잇따른 중고 선박 구매 문제와 관련해 한국 정부와 관련 사안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조만간 공개될 전문가패널 보고서에 이런 거래를 방지하기 위한 권고 사안을 담았다고 확인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