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컨테이너 화물선을 구매한 정황이 또다시 포착됐습니다. 북한의 선박 구매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지만 최근 몇 년간 위장회사를 동원한 이런 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이상도)
선박의 실시간 위치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의 자료입니다.
북한 깃발을 단 SF블룸호라는 이름의 선박이 이달 들어 북한 남포와 중국 룽커우 항을 몇 차례 오간 것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선박은 자신의 위치 정보를 담은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통해 선박명이 포함된 기본 정보를 외부로 송신하는데, 이를 통해 수신된 SF 블룸호의 이름은 ‘부양 2’호입니다.
그런데 VOA가 과거 선박의 등록 자료 등을 살펴본 결과 SF 블룸호 혹은 부양 2호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타이완 회사가 소유한 ‘더블 해피니스 1’호였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마린트래픽과 유엔의 선박 등록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중국 홍콩에 사무실을 둔 ‘시노 에버 트레저’ 사가 타이완의 한 회사로부터 이 선박을 구매했고, 이후 선적을 탄자니아에서 팔라우로, 이름도 더블 해피니스 1호에서 토윈 호로 변경했습니다.
이어 올해 3월 북한 깃발을 단 SF 블룸호 또는 부양 2호가 돼 나타난 것입니다. 따라서 2021년 6월부터 올해 3월 사이 홍콩 회사와 북한 사이에 부양 2호에 대한 매매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아니면 타이완 회사로부터 이 선박을 구매한 홍콩 회사가 애초부터 북한이 세운 위장회사였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실험에 따라 지난 2016년 채택한 대북 결의 2321호를 통해 유엔 회원국들이 북한에 선박을 판매하거나 북한 선박을 구매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따라서 부양 2호가 타이완과 홍콩 회사를 거쳐 북한 깃발을 달기까지 유엔 제재 규정이 지켜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위장회사를 동원한 북한의 중고 선박 구매는 최근 몇 년간 자주 관측됐습니다. 특히 VOA는 북한이 한 때 한국 소유였던 1만 t급 이하 중고 선박 여러 척을 구매한 사실을 확인해 보도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 깃발을 달거나 한국 회사 소유의 리홍호와 서니시더호, 오션 스카이 호 등 6척이 2019년과 2020년 사이 북한 선박으로 변경됐습니다.
또 최근 수십 차례의 대북제재 위반 행위가 포착된 선적 미상의 ‘뉴콘크’호도 한때 한국 선박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었는데, 문재인 정부 시절인 지난 2019년 3월 매각을 위해 한국을 떠나면서 차항지를 ‘북한’으로 보고했지만 아무런 제재조차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파장이 일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