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인도에서 50kg짜리 20만 포대에 달하는 1만 톤의 쌀을 수입하기 위해 선박을 수배 중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중국이 아닌 제3국에서 대규모의 쌀을 들여오는 것은 이례적인데, 최근 또다시 제기되는 북한의 식량난과 관련이 있는지 주목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이상도)
최근 선박 업계 관계자들에게 전달된 ‘선박 수배 안내문’, 즉 화주가 선박을 찾기 위해 낸 공고를 VOA가 입수했습니다. 이 공고에 따르면 해당 화주는 인도 동부 비샤카파트남 항에서 북한 남포로 쌀 1만 톤을 운송한다는 계획을 알렸습니다.
쌀은 50kg 포대 단위이고, 희망 출항일은 9월 25일부터 30일 사이로 안내됐습니다. 쌀 1만t이 50kg씩 분산될 경우 포대의 수는 20만 개인데,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10~20kg 포장 단위로 환산하면 북한이 수입을 추진 중인 쌀의 양은 50만~100만 포대에 달합니다.
선박 업계 관계자는 이 공고문과 관련해 북한이 일반적으로 소비하는 ‘단립종’ 쌀이 아닌 인도와 파키스탄, 이집트, 베트남, 태국 등에서 생산되는 ‘장립종’ 쌀을 수입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출항지인 비샤카파트남항 일대가 9월 말까지 ‘몬순’ 기간이라 장마가 끝난 시점부터 쌀을 운송하려는 계획인 것 같다고 예상했습니다. 인도산 쌀의 수출입을 추진하는 회사나 기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북한이 일반 회사를 통해 대규모의 쌀을 수입하는 정황일 수도 있지만, 인도 정부나 국제원조 기구 등이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식량 지원에 나섰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선박 업계 관계자는 북한으로 향하는 인도적 식량 지원품의 경우 공고문 첫 줄에 ‘세계식량계획 WFP’와 같은 공신력 있는 기구나 기관의 이름이 기재돼 대북제재 등 북한 관련 논란을 막는데 이번 공고문에는 기관명 등이 기재되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이 중국이 아닌 제3국에서 쌀을 대규모로 들여오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최근 몇 개월간 부각돼 온 식량난에 따른 움직임인지 주목됩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 FAO는 지난달 발표한 ‘작황 전망과 식량 상황 분기 보고서’에서 북한을 외부 식량 지원이 필요한 나라로 재지정했습니다.
FAO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세계적 대유행 확산 통제 조치로 경제적 제약이 늘면서 필수 농산물과 인도적 물품 수입이 크게 감소해 북한 주민들의 식량 안보 취약성은 더욱 커졌다고 밝혔습니다. 또 지난 4월과 5월 사이 북한의 강수량이 평균 이하를 기록하면서 2022년 작물 수확 활동에 지장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은 지난달 중국에서도 많은 양의 쌀을 수입했습니다. VOA가 중국 해관총서의 ‘북중 무역’ 세부 자료를 살펴본 결과 북한은 7월 한 달간 중국으로부터 미화 515만 5천 500달러어치, 약 1만 톤의 정미를 수입했습니다. 이는 지난 2019년 10월 중국으로부터 779만 달러어치의 쌀을 수입한 이래 월별 수입액으론 2년 10개월 만에 최대 규모입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