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검찰이 암호화폐 기술을 북한에 전수해 실형을 선고받은 버질 그리피스 씨의 벌금 회수에 나섰습니다. 그리피스 씨는 암호화폐로 많은 부를 축적했을 것이라는 추정과 달리 10만 달러의 벌금을 아직 납부하지 못해 은행 계좌에 있는 돈을 강제로 회수당할 처지에 놓였는데, 이번 사안은 미국 사법당국이 대북제재 위반에 따른 벌금을 끝까지 추징하는 사례가 되고 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취재: 김선명 / 영상편집: 조명수)

미국 뉴욕남부 연방검찰이 19일 버질 그리피스 씨의 자산에 대한 ‘양도 명령’을 내려줄 것을 요구하는 문건을 법원에 제출했습니다. 검찰은 이 문건에서 최근 그리피스 씨의 계좌에서 6만 7천818달러를 찾았다며, 이를 벌금 10만 달러를 충당하는 데 사용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암호화폐인 이더리움의 개발자였던 그리피스 씨는 2019년 4월 미국 정부의 허가 없이 평양에서 열린 암호화폐 콘퍼런스에 참석한 혐의로 같은 해 11월 수사 당국에 체포됐습니다.

이후 재판부는 지난 4월 그리피스 씨에게 63개월의 실형과 3년의 보호관찰, 10만 달러의 벌금 납부 판결을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이날 문건에서 그리피스 씨가 벌금을 전혀 납부하지 않고 있다며, 이달 18일을 기준으로 이자 등을 합친 그의 벌금액은 10만 545달러로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그리피스 씨가 어떤 이유에서 정해진 시한 내 벌금을 납부하지 못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한 번의 북한 방문과 대북제재 위반에 따른 장기화된 사법 절차로 인해 유망한 암호화폐 전문가인 그리피스 씨의 경제적 상황이 악화됐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옵니다.

실제로 그리피스 씨는 지난해 보석 조건이었던 자신의 암호화폐 계좌 접근 금지 조치를 어겼다가 구치소로 옮겨졌었는데, 당시 그리피스 씨가 변호사비를 내기 위해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의 경제적 상황에 많은 관심이 쏠렸습니다.

이번 사건을 주시해온 한 변호인은 VOA에 그리피스 씨는 혐의가 분명한 상황에서도 검찰과 유죄 합의를 하는 대신 오랜 시간 법적 다툼을 지속했다며, 이로 인한 변호사 비용이 크게 늘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그리피스 씨가 검찰과 형량 합의를 이룬 시점은 기소된 지 약 2년이 지난 2021년 9월입니다. 이때까지 검찰과 그리피스 씨가 주고받은 문건만 100건에 이르며, 일부 문건은 수백 페이지에 달해 그리피스 씨에게 청구된 변호사 비용도 더 높아졌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