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서해상에서 선박 간 환적으로 의심되는 행위가 또다시 포착됐습니다. 유엔 안보리는 최근 공해상이 아닌 북한 서해를 새로운 불법 환적지로 지목했는데 같은 장소에서 수상한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는 겁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취재: 이상훈 / 영상편집: 김정규)
북한 서해를 촬영한 민간위성 사진에 선박 간 환적으로 의심되는 행위 2건이 포착됐습니다.
2일 ‘플래닛 랩스’의 위성사진에 포착된 이들 선박은 북한 남포에서 서쪽으로 약 70km, 북한 초도를 기준으로 30~40km 떨어진 지점입니다.
1건은 길이 약 65m에 달하는 선박이 붉은색을 한 비슷한 크기의 선박과 서로 맞대고 있고 또 다른 1건은 길이 약 100m 선박과 약 70m 선박을 양쪽에 두고 50m 정도의 선박이 중간에 낀 형태를 하고 있었습니다.
남포에서 70km라는 거리가 보여주듯 이들 선박은 다른 북한 선박들이 밀집한 지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습니다.
물론 선박이 맞닿은 장면이 위성사진에 포착됐다는 사실만으로 이들이 불법 환적을 하고 있다고 단정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유엔 안보리 전문가패널이 최근 북한의 이런 움직임을 경고한 바 있어 관심을 끕니다.
전문가패널은 올해 3월 공개한 연례보고서에서 북한이 공해상이 아닌 자국 영해에서 선박 간 환적을 벌이는 신종 수법을 동원하고 있다고 지적했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해외 유조선 등이 직접 북한 항구로 유류를 운반하는 길이 막히면서 해외에서 유류를 싣고 온 선박이 북한 서해 즉 ‘서조선만’에서 북한 유조선에 유류를 옮기고, 이 북한 유조선이 다시 북한 남포 등 유류 항구로 해당 유류를 옮긴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이번에 발견된 선박들도 전문가패널 보고서가 지적한 것과 같은 모습을 보이는 만큼 선박 간 불법 환적 행위에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북한 서해에서 최근 불법 환적으로 의심되는 행위가 포착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앞서 VOA는 ‘플래닛 랩스’의 위성사진을 통해 지난달 2일과 4일(2건), 17일, 18일 선박 간 환적으로 의심되는 최소 5개 장면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이번에 포착된 2건을 합하면 한 달 사이 최소 7건의 선박 간 환적 의심 장면이 민간 위성에 포착된 겁니다.
유엔 관계자는 선박 간 환적으로 보이는 5건이 포착됐다는 보도 이후 VOA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북한 항구에 취해진 제한 조치 때문에 선박 간 환적은 북한 선박이 물품을 운송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환적 의심 선박들이 모두 합법적이거나 제재되지 않은 품목을 거래했을 수 있지만 아마도 제재 회피 행위가 카메라에 포착됐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