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한국 깃발을 달았던 유조선이 매각된 후 한국 항구를 떠나면서 당국에 ‘북한’을 다음 목적지로 신고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후 출항 허가가 내려진 이 유조선은 불과 3개월 뒤 실제로 북한에 유류를 나르는 등 대북제재 위반 핵심 선박으로 사용됐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조명수)
현재 국제사회에서 가장 많은 대북제재 위반을 저지르고 있는 선적 미상의 ‘뉴 콘크’ 호입니다.
뉴 콘크 호는 지난 2019년 한국을 기항했던 당시 한국 해양수산부에 제출한 입출항 정보에는 차항지, 즉 다음 목적지가 북한을 의미하는 알파벳 코드 ‘KP’로 적혀 있고 차항지 항구 이름에는 한글로 ‘북한 기타항’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이후 뉴 콘크 호는 차항지가 북한으로 적힌 내용을 토대로 3월 22일 출항 허가를 받은 뒤 한국을 떠났습니다.
이어 뉴 콘크 호는 불과 3개월 만인 2019년 6월부터 공해상에서 불법 환적을 저지르는 모습이 포착되기 시작했습니다.
2020년부터는 직접 유류를 싣고 북한 남포에 입항을 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같은 해 중순에는 또 다른 선박의 이름과 등록정보를 도용해 국제 해상에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또 지난해에는 위장을 목적으로 중국 항구에서 페인트를 칠하는 모습까지 목격됐습니다.
이에 따라 뉴 콘크 호는 2020년 이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의 연례와 중간 보고서 5개 모두에 이름을 올리면서 대북제재 권고 대상 선박으로 매년 지정되고 있습니다.
만약 한국 정부가 차항지를 ‘북한’이라고 보고한 뉴 콘크 호의 출항을 허락하지 않았다면 이 선박의 대북제재 위반 행위도 미리 차단될 수 있었던 셈입니다.
VOA는 11일 해양수산부 관계자에게 ‘뉴 콘크 호의 출항을 막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또 ‘뉴 콘크 호가 마지막으로 한국을 떠날 때 선적했던 물품의 양과 종류는 무엇인지’ 등을 문의했지만 12일 현재까지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또 한국 외교부에도 같은 내용을 질의하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국 선박 업계 관계자는 VOA에 선박이 차항지를 북한으로 기재한 사실을 알았다면 한국 정부가 이 선박에 대해 추가 조사를 실시했어야 했고, 만약 차항지를 북한으로 기재한 걸 모르고 지나갔다면 이 역시도 문제가 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선박이 북한 선박 혹은 북한의 통제 아래 있는 선박이 돼 나타나는 점도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6년 채택한 대북 결의 2321호를 통해 유엔 회원국들이 북한에 선박을 판매하거나 북한 선박을 구매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으며, 한국과 미국도 별도의 독자 제재를 통해 북한과의 선박 거래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