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활동 중인 북한 연구원들이 유엔 안보리의 해외 노동자 관련 규정을 위반하고 있다는 의혹이 나왔습니다. 최소 2명의 북한 출신 인력이 중국 대학에서 민감한 주제의 과학 논문까지 발표하고 있어 유엔의 판단과 향후 조치 여부가 주목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강양우)
지난해 6월 발간된 국제학술지 ‘고체 전자과학’에 북한 연구진이 공동으로 작성한 논문이 소개됐습니다.
세계 논문 관련 웹사이트 ‘사이언스 다이렉트’에 게시된 이 논문은 중국 저장대 소속의 김학봉과 김일성대 출신 강현철, 김책공업대 이인식 등 5명의 북한 국적자들이 공동 작성한 것으로 기재돼 있습니다.
이들 가운데 김학봉은 별도의 안내 페이지에 1979년 평양 출생으로 김책 공업대에서 학부 학위를 받은 뒤 북한 학술위원회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인물로 소개돼 있습니다. 또 2006년부터 2015년까지 김책공업대 반도체학과에서 연구진으로 일한 경력이 있으며 현재는 저장대에서 수학 중인 인물로 묘사돼 있습니다.
문제는 김학봉의 중국 내 연구 활동이 북한 노동자의 해외 파견을 금지한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유엔 관계자는 최근 VOA에 김학봉의 사례를 지목해 해외 노동자 관련 규정에 대한 위반일 수 있다며 조사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습니다.
안보리는 지난 2017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발사에 대응해 채택한 결의 2397호를 통해 해외에서 외화벌이를 하는 북한 노동자들이 당시를 기점으로 2년 뒤인 2019년 12월까지 모두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외화벌이를 하는 북한 노동자는 건설업이나 벌목업, 식당 서비스업 등에 종사하는 인력으로 인식되지만, 과거 안보리는 북한 국경 밖에서 외화 수입을 거두는 모든 북한인을 ‘해외 노동자’로 규정한 바 있습니다.
과거 해외 프로팀에서 활약하던 북한 축구선수들이 ‘해외 노동자’ 규정에 따라 북한으로 돌아간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인데, 김학봉이 저장대에서 월급을 수령하거나 생활비와 학비 보조, 장학금 등을 받고 있다면 북한 출신 축구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안보리 결의 위반 소지가 있습니다.
현재 VOA는 ‘사이언스 다이렉트’에 게시된 김학봉의 이메일로 관련 내용을 문의한 상태입니다.
김학봉과 비슷한 사례는 또 있습니다.
다음 달 국제학술지 고체화학공학 저널 게시가 예고된 논문의 경우 북한 출신 연구진인 고성진이 참여했는데, 그는 베이징 과학기술대학 환경과학공학과에 소속돼 있습니다. ‘사이언스 다이렉트’는 고성진이 평양 건축종합대를 졸업한 것으로 안내하고 있지만, 현재 베이징 과학기술대학교에서 어떤 직위를 맡고 있는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앞서 VOA는 북한과 중국 연구진들이 전자과학과 화학, 나노 소재 분야 등을 공동으로 연구하고 함께 논문을 작성한 사실을 확인해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는 북한과의 과학 분야 협력을 금지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인데 이와는 별도로 북한 국적자들이 중국 대학에서 연구 활동을 계속하는 것도 같은 문제로 새롭게 부각된 것입니다.
과거 이탈리아와 프랑스 등 일부 유럽 국가 고등교육 기관들은 안보리 결의 위반 논란을 피하고자 선제적으로 북한 유학생들에 대한 전과 조치 등을 취한 바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