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세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해 취한 강력한 경제 제재로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러시아 내 북한 외화벌이 업체들이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특히 서방세계가 러시아를 국제은행간통신협회 스위프트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하면서 가명 계좌를 통한 송금도 어려워져 현지 북한 업체 책임자들에게 비상이 걸렸다고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영상편집: 김정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뒤 서방세계의 각종 제재가 본격화돼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루블화로 대금을 받아 달러로 환전한 뒤 북한 당국에 보내왔던 러시아 내 북한 업체들이 비상이 걸렸다고 현지 사정을 잘 아는 소식통들이 VOA에 전했습니다.
러시아 루블화는 28일 한때 1달러당 120루블까지 올라 달러 대비 가치가 30% 폭락하는 등 역대 최저를 기록했습니다.
현지 소식통 / (음성 변조)
“기본 루블은 필요 없으니까 우리 조국에. 달러만 딱 들여보내야 하니까 지금쯤 골 아플 겁니다. 관계자들이. 그렇다고 국가에서 그걸 생각해서 (상납금을) 적게 해주지는 않을 거고. ‘무조건 하라’ 하는 거니까.”
실제로 VOA가 27일 입수한 북한 당국의 문건 ‘2022 전투 계획’에 따르면 러시아 내 한 외화벌이 업체는 노동자 1인당 6천 500달러를 상부에 납부해야 합니다.
이를 달러당 70루블대를 기록한 지난해 10월 환율로 적용하면 노동자 1명이 46만 루블을 바치면 되지만, 지금의 환율로 1달러당 110루블로 계산할 경우 71만 루블을 벌어야 상납금을 충당할 수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특히 국가 계획은 무조건 외화인 달러로 바쳐야 하며 모든 작업조는 각각 부과된 올해 국가 계획을 무조건 수행하도록 한다고 못 박고 있어 책임자들이 상부에 해명조차 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러시아에는 과거 최대 4만여 명에 달하는 북한 노동자들이 있었지만 유엔 안보리가 북한 정권의 핵·미사일 도발에 따른 제재로 2019년까지 북한 해외노동자 송환을 결의하면서 그 수는 줄었습니다.
러시아 정부는 북한 노동자 대부분이 북한으로 돌아가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에 따라 1천 명이 대기 중이라고 밝혔지만,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와 러시아 현지 소식통들은 그보다 훨씬 많은 북한 노동자들이 여러 위장 비자로 입국해 러시아에서 계속 외화벌이에 투입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유럽 등 서방국가들이 지난 26일 추가 압박 차원에서 러시아 은행들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 스위프트 경제망에서 배제하기로 결정하면서 북한 외화벌이 업체들의 대북 송금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스위프트는 1만 1천 개가 넘는 전 세계 은행들이 안전하게 결제 주문을 하기 위해 쓰는 전산망으로 스위프트 퇴출은 국제금융 시스템과의 단절을 의미합니다.
허강일 씨 / 전 해외 북한식당 지배인
“북한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강성은행 등 특수은행이 비밀리에 많이 (러시아에) 나와 있어요. 그러면 돈을 다 그쪽으로 다 송금해요. 그럼 강성은행 사람들이 중국에 있는 페이팔 (가명) 계좌로 쏩니다. 러시아에서 이제 송금하려는 돈을 움직이지 못하니까 북한도 야단이죠. 가뜩이나 (루블화 폭락으로) 돈도 줄지만, 돈도 보내기가 힘들다 그 소리죠.”
윌리엄 브라운 /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겁니다. 북한은 (루블화를) 달러로 거래하기 때문에 돈을 잃고 있을 게 확실합니다. 이는 북한 노동자들과 모든 활동의 취약성을 보여줍니다.”
특히 브라운 교수는 사태 초기여서 이런 상황이 얼마나 오래, 어떤 방향으로 갈지 예상하기 힘들다면서도 북한 업체들이 러시아 내 은행이나 업체로부터 부족한 상납금과 특별 행사 때문에 빌린 달러도 꽤 있을 수 있어 시간이 갈수록 부담은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