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사태와 관련해 ‘미국 책임론’을 꺼내 든 북한에 대해 미국의 힘을 시험해보려 하지 말라는 경고가 나왔습니다. 워싱턴에서는 미군 철수로 혼란에 빠진 아프가니스탄과 한국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박동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김정규)
존 틸럴리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아프가니스탄 상황이 한국의 미래에 대한 선례를 만들었다고 보지 않는다면서 북한은 동맹을 이간질하기 위해 모든 심리적 수단을 사용하지만 미한동맹의 의지와 힘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아프간 사태를 미국 정책의 실패 탓으로 돌린 북한에 불필요한 도발로 미국의 한국 방어 역량과 의지를 시험해보려 하지 말라는 경고입니다.
앞서 북한 외무성은 20일 홈페이지를 통해 최근 국제여론은 아프가니스탄의 현 정세와 이와 관련한 미국의 책임에 커다란 관심을 돌리고 있다며 미국 보도들은 미국의 대아프가니스탄 정책이 완전히 실패했다고 실토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중국 화춘잉 외교부 대변인의 17일 기자회견 발언을 인용하면서 아프가니스탄의 현실은 미국이야말로 세계 평화의 교란자, 파괴자이며 저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그 무엇도 서슴지 않는 파렴치한 국가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주장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수석부차관보는 미국이 아프간 정부와 군부 붕괴에 잘못 대처하면서 중국과 북한에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했을 수 있다며 이로 인해 미국은 약하고 우유부단하다는 인식이 중국과 북한에서 형성됐을 수 있지만, 미국은 그런 나라가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북한은 중국의 암묵적 지지 하에 미국과 한국 사이를 갈라놓고, 한국에서 동맹에 대한 불화를 일으키며, 가능하면 미한동맹의 근거를 훼손하려고 한다면서 아프간 사태의 여파로 미국이 이런 인식을 불식시키고 미한동맹의 군사력과 활력을 강화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아프간 사태의 혼란을 틈타 역내에서 미국의 우위에 도전하려는 중국과 북한을 억지하기 위해선 미국과 한국의 긴밀한 군사 공조와 연합훈련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습니다.
틸럴리 전 사령관은 아프간 사태가 한국에 주는 교훈과 관련해 훈련과 준비태세, 힘이야말로 미한 양국의 협력과 더불어 최고의 억지력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도 현 상황에서 미한 연합군사훈련의 범위와 속도를 줄이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은 무서울 정도로 베트남 상황과 유사한 아프간 참사가
미국의 동맹과 파트너들을 불안하게 만들지만 속단하기에는 이르다면서 아프간 사태가 한국에서 이해할 만한 두려움을 불러일으킨 것 외에 미한동맹과 양국 관계에 실제로 영향을 주진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아프간 사태는 ‘미국이 돌아왔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슬로건에 치명타를 가했지만 모든 게 끝난 건 아니라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말처럼 끝없이 벌어지는 대중동 전쟁에서 빠져나오는 것은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초점과 자원을 옮기기 위한 축소 전략의 일환이라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박동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