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인천광역시와 고양시 등 지방자치단체들이 후원한 미술작품 전시회에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대상인 북한 만수대창작사 소속 작가의 작품이 다수 전시됐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전시회 측은 한국 통일부로부터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받아 전시를 진행했다고 주장했는데, 통일부는 오히려 대북제재 위반 여부를 유의하라는 안내를 했다고 해명해 논란이 예상됩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강양우)
북한 작가 김성민의 2018년 작품 ‘어머니 막내가 왔습니다’ 입니다.
인천광역시 등의 후원으로 경인일보가 주최해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진행하는 남북 평화 관련 주제 전시회에 전시됐습니다.
작가 설명에는 1968년 동해상에서 북한군에 의해 나포된 미군 함정 푸에블로호 사건을 간첩선 사건이라는 북한의 입장에서 설명한 부분이 눈에 띕니다.
작가 김성민은 2018년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했을 당시 부사장 자격으로 만수대창작사 관람을 직접 안내했으며, 지금은 만수대창작사 사장을 지내며 북한 인민예술가 칭호를 받은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만수대창작사는 2016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명단에 올라 소속 작가들 작품이 모두 자산 동결 대상으로, 만수대창작사 사장인 김성민의 작품 역시 대북제재 대상입니다.
탈북민 출신으로 한국 국회 제1야당인 국민의 힘 소속 국회의원인 지성호 의원실이 인천시와 경기도 고양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인천시는 해당 전시회를 위해 남북교류협력기금 1억 5천만 원을 후원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고양시가 지난달 14일부터 25일까지 진행한 남북 평화 미술전에도 김성민을 포함해 만수대창작사 소속 작가 6명의 작품이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지 의원은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는 포괄적으로 북한으로부터의 재원 이전과 북한을 이롭게 하는 모든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면서, 한국 정부의 안일한 태도 때문에 지자체와 현장에서 제재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지성호 / 한국 국회 국민의 힘 의원
“전시된 만수대창작사의 2018년 작품은 대북제재 사안으로 생산되는 즉시 자산동결 사안입니다. 2016년 유엔 2371 결의 이전에 제작된 작품일지라도 다수의 유엔 결의는 제재대상으로의 재원 이전, 자산동결과 이롭게 하는 행위 자체를 포괄적으로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전시된 만수대창작사 미술품이 어느 시점에 유통 거래되어 국내에 들어왔는지 검증이 필요합니다.”
이에 대해 인천시가 후원한 전시회를 주최한 경인일보 측은 VOA에 해당 작품이 제재 위반으로 걸리는 작품이 아니라면서 이미 광주 비엔날레 전시회 때 전시됐던 작품이고 이번 전시회 전에 통일부에 관련 문의를 했더니 문제를 삼지 않아 진행한 사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통일부는 이같은 경인일보 측 설명에 대한 입장을 묻는 VOA의 질문에 대북제재와 관련해 통일부가 검사를 하거나 이야기해줄 수 있는 사안이 아니며, 대북제재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전달한 적이 없고 대북제재 저촉에 유의하라는 안내를 했다고 답했습니다.
차덕철 / 한국 통일부 공보과장
“교류협력법상 반입 승인 사안이 아닌 것에 대해서는 통일부가 대북제재 저촉 여부를 판단하지 않아요. 그러한 바탕 위에서 동사안에 대해서 대북제재 저촉된다 안 된다 얘기할 위치에 있지도 않고 다만 (담당부서는) ‘대북제재 관련 저촉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라고 경인일보 측에 안내를 했대요.”
북한 노동당 39호실 산하 선박무역회사 부대표를 지내다 탈북한 이현승 씨는 VOA에 북한에서는 모든 미술작가들과 미술품들이 북한 당국에 의해서 관리되고 있다면서, 만수대창작사의 작품 수입은 모두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직접 전달되는 구조라고 설명했습니다.
이현승 / 전 북한 노동당 39호실 산하 선박무역회사 부대표
“만수대창작사 자체가 선전선동부 소속이거든요. 그리고 두 번째는 이제 총정치국 산하의 백호 무역회사 그러니까 이 두 회사를 통해서 작품 수입이 김정은에게 직접적으로 전달되는 것이죠. 그리고 그 돈이 김정은이 사치 생활에 쓴다거나 또 미사일 개발에 쓴다거나 이렇게 되는 것이죠. 당연히 수입은 금지돼야 하고 판매되는 것 자체가 사실은 대북제재 위반으로 분명히 볼 수 있습니다.”
해당 전시회에 남북교류협력기금 1억 5천만 원을 후원한 인천시는 VOA에 대북제재 위반 여부와 작품 유통과정 등에 대해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고 인정하면서, 시민들이 북한 문화를 접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후원했고, 작품은 주최측이 모두 선정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대북제재 위반 등의 문제가 있다면 후원금을 전액 환수조치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VOA뉴스 조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