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쿠바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정부 시위를 놓고 미국을 겨냥한 비난을 연일 이어가고 있습니다. 산적한 내부 문제를 겪으면서 불안함을 느끼고 있는 북한 지도부가 주민들을 통제하는 동시에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미국 내 전문가들은 분석했습니다. 쿠바 반정부 시위에 대해 미국 국무부는 주민들의 기본적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한 독재정권을 비난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조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취재: 김선명 / 영상편집: 이상훈)
사회주의 국가 쿠바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이후 더 심각해진 경제난으로 지친 국민들이 지난달 중순부터 자유를 외치며 동시다발적인 대규모 시위를 벌었습니다.
쿠바 당국의 강경 진압 속에 8백여 명이 체포되고 5백여 명이 아직 수감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의 리선권 외무상은 13일 쿠바 반정부 시위에 대해 미국의 배후 조종으로 발생한 것이며 사회주의 쿠바를 무너뜨리기 위하여 감행한 반혁명적인 행위라고 주장하는 등 쿠바 사태에 대한 미국 음모론을 잇따라 내놓고 있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김정은 정권은 쿠바 정부가 이번 사태로 무너질 경우 북한 정권에도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책임을 미국에 돌리는 정보환경을 만드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
“넓은 의미에서 정보 환경을 통제하려는 김정은의 정치 전술을 위한 공동의 노력이며 일종의 소설같은 묘사를 하려는 겁니다. 북한 정권은 미한 연합훈련과 남북 관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제재에 이어 이번에는 쿠바 반정부 시위를 놓고 대내외적으로 정보환경을 통제하려 하고 있습니다.”
중앙정보국 CIA 분석관을 지낸 수 김 랜드연구소 연구원도 북한의 이런 행보를 쿠바 사태와 유사한 일이 북한에서 발생할 경우 대가가 따를 것이라는 점을 주민들에게 상기시키기 위한 선제적 노력으로 분석했습니다.
코로나 감염증 대유행과 백신, 심지어 김 위원장의 건강 문제 등 북한 내부 상황이 좋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김 위원장의 불안정성을 드러내는 움직임이라는 것입니다.
수 김 / 랜드연구소 연구원
“쿠바 반정부 시위는 김정은 정권이 북한의 체제가 미국의 민주주의보다 우월하다고 주장하며 미국을 압박할 수 있는 기회이고 국내적으로는 김정은과 김씨 가족, 북한 관료들이 우려하는 쿠바 반정부 사태와 유사한 상황이 발생할 것을 대비해 경고하는 것입니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국 국익연구소 한국담당 국장은 북한이 현재 안고 있는 각종 문제들에 대한 엘리트층과 주민들의 주의를 분산시키는 것은 물론, 공개적으로 미국을 비난하기 위한 지렛대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쿠바 사태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쿠바 사태와 관련한 이례적인 대미 비난과 같은 북한의 행보는 한동안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쿠바 사태에 대한 북한의 대미 비난과 관련한 VOA의 논평 요청에 쿠바 반정부 시위는 독재정권이 주민들의 기본적 요구를 충족하지 못한 것을 비난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는 시위대에 대한 탄압을 규탄하고 쿠바 정부에게 국민 인권과 자유, 열린 정보환경 존중을 촉구해야 한다면서, 미국은 인권과 자유를 존중하는 정부를 찾는 쿠바인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