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패션 잡지 등 미국 매체들이 최근 청년들의 옷차림과 머리단장을 더 강력히 단속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비판하며 반체제를 억누르려는 의도로 풀이했습니다. 해외 대북 소식통과 엘리트 출신 탈북 청년은 VOA에 최고지도자의 이런 구태의연한 강요가 청년들의 반발만 더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강양우)
올해 창간 90주년을 맞은 미국의 유명 남성 패션 월간지 ‘GQ’가 19일 ‘김정은은 스키니진을 싫어한다’는 제목의 온라인판 기사를 통해 북한 정권의 청년 문화 규제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이 잡지는 “글로벌 왕따이자 삼류 패션 영향력자인 김정은이 이번에는 법의 힘을 빌어 트랜드를 만들고 있다”며 반동사상문화배격법 등을 통해 청년들의 스키니진 등 옷차림과 악세서리, 머리 단장까지 규제하는 것은 유치해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외모와 계급, 이념 연관성 등을 연구한 뉴욕시립대 법대의 루텐 롭슨 교수는 ‘GQ’ 잡지에 “옷차림을 통제하고 획일성을 강요하려는 욕망은 모든 유형의 폭군들에게서 흔하게 나타난다”며 이런 규제와 법률, 정책은 상류층에게만 예외를 두는 사회 통제의 한 유형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미국 폭스뉴스의 토크쇼 프로그램인 ‘것필드’쇼도 21일 방송에서 스키니진을 북한에서 입으면 노동수용소로 끌려갈 수 있다며 북한 정권의 청년 문화 규제를 풍자적으로 비판했습니다.
이 토크쇼의 진행자인 그레그 것필드는 백성이 굶주리는 국가에서 몸매가 호리한 사람들이 몸에 밀착해 입는 스키니진을 금지하는 것이 역설적이라며, 이는 자본주의 생활 방식의 침투와 청년들이 북한의 체제 전복을 주도할 수 있다는 데 대한 김정은의 두려움을 방증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청년들 사이에서 ‘몸매바지’, 장년층에서 ‘땡빼바지’로 불리는 스키니진은 지구촌 주민들이 편하게 즐겨 입는 옷이지만, 북한은 자본주의의 산물로 금지하는 의상 중 하나입니다.
북한 당국은 21일 노동신문을 통해 일부 사회주의 나라에서 과거 개인주의, 부르주아 도덕에 오염된 청년들이 공산당을 와해시키고 사회주의 제도를 무너뜨리는 데 앞장섰다며 청년세대가 타락하면 그런 나라에 앞날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청년 세대로 제3국에서 활동하는 한 소식통은 21일 VOA에, “국가가 청년들에게 제대로 해 주는 게 없으면서 하지 말라는 요구는 더 늘고 있다”며 김정은의 사상교양사업 강화에 대해 청년들의 내적 반발심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에서 대학 졸업 후 청년 사업가로 활동하다 2019년 탈북해 한국에 정착한 장혁 씨도 수많은 청년들이 지도자에 대한 희망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장혁 / 탈북민 (전 북한 사업가)
“저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리더가 뭔가 바뀌길 원했거든요. 그런데 10년을 지켜보니 그대로인 거예요. 김정은이 뭔가 탈출구를 못 찾고 있어요. 그렇다고 미래지향적이지도 않아요. 자꾸 보여주기식, 물놀이장, 스키장, 승마구락부를 짓고. 우리 북한 사람들이 승마하려는 게 아니잖아요. 그런데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을 보고 뭔가 비전이 없구나.”
장 씨는 한국에서 자기 개성을 살리며 자유롭게 도전하는 청년들을 볼 때면 북한의 현 상황과 비교돼 마음이 착잡하다며, 김 위원장이 지금이라도 용단을 내려 사상교양이 아닌 주민을 위한 경제 개혁에 매진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