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볼튼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회고록을 통해 미북 정상회담 과정에 있었던 여러 상황들을 밝혔습니다. 특히 합의가 결렬된 하노이 회담과 관련해 한국 측이 북한의 영변 핵 시설 폐기를 불가역적 비핵화 단계라고 주장했다면서 이는 현실성 없는 생각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취재: 김선명 / 영상편집: 조명수)
존 볼튼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3일 출간을 앞둔 자신의 회고록에서 미국과 북한의 ‘비핵화’ 협상이 서로 다른 관점에서 계속 헛돌았다고 지적했습니다.
VOA가 파악한 회고록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미북 정상회담 당시 볼튼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준비해 간 ‘북한의 비핵화의 정의’를 담은 문건을 김정은 위원장에게 건넸는데, 여기에는 북한의 핵은 물론 생화학 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이 포함돼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영변 핵시설 폐기와 이를 조건으로 한 대북제재 해제만을 고집해 평행선을 달리게 됐다는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도달이 가능한 ‘장거리 미사일’도 내놓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지만 김 위원장은 이를 거절하면서 단계적으로 가다 보면 궁극적으로 큰 그림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른바 ‘빅딜’을 원했던 미국과 달리 북한은 단계적 비핵화 방식을 고수한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볼튼 전 보조관은 이어 북한 비핵화에 대한 한국 측의 판단은 잘못됐다고 주장했습니다.
하노이 회담 결렬 후 정의용 한국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만난 일화를 소개하면서 정 실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조현병 환자 같은 생각을 드러냈다고 비판했습니다.
미국이 북한의 ‘행동 대 행동’ 방식을 거절하는 것을 맞다고 보면서도 동시에 김 위원장의 영변 핵시설 폐기 의지는 불가역적 비핵화 단계에 들어선다는 것을 보여주는 매우 의미 있는 첫 번째 단계로 해석하는 것은 ‘조현병 환자 같다’는 겁니다.
한국 청와대는 회고록 상당 부분이 사실을 크게 왜곡했다면서 특히 정부 간 협의를 일방적으로 공개함으로써 외교원칙을 위반해 양국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는 행위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오히려 볼튼 전 보좌관 본인이 조현병 환자일 수 있는 것이 아니냐고 맞섰습니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회고록을 통해 자신의 지도력을 비난한 존 볼튼 전 보좌관을 또다시 비난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트위터 글을 통해 자신은 미치광이로 여겨지고 호감이 없어 상원 인준을 받을 수 없었던 존 볼튼에게 기회를 줬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자신은 항상 다른 관점을 듣는 것을 좋아한다면서, 볼튼 전 보좌관을 무능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고, 회고록 내용을 법원이 기밀 정보라고 판결한 사실을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