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인한 북한 당국의 국경봉쇄와 수해 등 자연재해 등의 원인으로 북한의 지난해 농산물 등 소비자 물가가 크게 상승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또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따른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강화된 이후에도 안정세를 보였던 달러 환율도 국경봉쇄 이후 큰 폭으로 떨어지는 등 북한 경제 지표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김정호)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이 지난 2014년에서 지난해까지 북한 시장의 소비자 물가와 환율 변동 추이를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시장 소비자 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17.2%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따른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강화된 2017년과 2018년보다 10% 이상 더 큰 최대 상승폭을 기록한 것입니다.
특히 곡물을 제외한 식료품 가격이 39.1%, 채소류 등 신선식품 가격은 122.7%나 오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보고서를 작성한 최지영 연구위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 따른 북한 당국의 국경봉쇄와 수해 등 자연재해가 원인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지난해 북한의 원 달러 환율도 전년 대비 3.2% 하락했는데, 북한의 잇따른 핵 미사일 개발 시험 등으로 인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도 안정세를 보였던 원달러 환율은 북한 당국의 국경봉쇄 이후 지난해 4분기 19.6%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 연구위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충격은 대북제재 강화보다 북한 주민 생활에 더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면서, 작년 하반기부터 옥수수 시장가격의 상대적 상승이나 원 달러 환율의 하락 등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최지영 / 한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수입을 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새로운 외화 수요가 증가하지 않은 것도 환율 하락의 배경인데 그렇지만 이게 시장요인으로만 설명되는 게 아니고 북한 당국이 탈달러화 정책을 펴면서 개입하고 있는 게 아닌가, 그래서 원화 사용을 정책적으로 강조하면서 외화 수요가 줄어든 게 하락의 배경이 아닌가 추정합니다.”
북한 농업 전문가인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은 장마당 활동을 통해 부지런히 달러를 벌어 저축해 온 북한 주민들에게 달러 가치 하락은 실질적인 물가 상승을 의미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조충희 / 굿파머스 연구소장
“달러 가격이 지금 4천 원대로 내려갔거든요. 이렇게 됨으로써 쌀이나 옥수수 이런 주요 상품들의 실질가격이 달러로 환산되면 두 배로 뛰어올랐습니다. 달러 약세가 진행되면서 상품가격은 상대적으로 계속 올라가는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올해 자연재해가 심각하지 않을 경우 식량 등 생필품 가격의 최대 변수는 국경 봉쇄 해제 여부가 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신종 코로나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국경 봉쇄가 단기간에 풀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VOA뉴스 조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