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한반도 평화 모델 구축을 강조하면서도 남북 협력에 대해서는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은 데 대해 한국의 전문가들은 엄중한 남북관계를 반영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북한 지도부를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입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강양우)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15일 제76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을 직접 언급하지 않고, 남북 철도연결이나 이산가족 상봉 등 구체적 납북 협력사업에 대해서도 거론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지난 1990년 독일 통일처럼 남북이 공존하며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통해 동북아 번영에 기여하는 한반도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형석 전 한국 통일부 차관은 북한 당국이 최근 미한 연합훈련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 2주 만에 또다시 통화에 불응하는 등 남북관계가 엄중한 국면에 처해 있다는 상황 인식이 작용한 결과로 분석했습니다.
김형석 / 전 한국 통일부 차관
“지금 북한 당국이 너무 과도하게 반응을 하고, 국내적 정서를 봤을 때 유화적 조치를 제안하는 것도 북한의 수용 가능성이 낮고 북한이 이런 식으로 안보 위기를 느끼게 하겠다고 하는데 이것을 제안하면 마치 북한에 굴복한다는 부정적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제안을 하지 않은 게 아닌가 싶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지금은 어떤 구체적 협력 제안도 거꾸로 북한을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면서, 문재인 정부가 한반도 긴장 고조 국면을 진정시키고 대화 분위기를 이어간다는 측면에서 대북 메시지를 원론적 수준에서 관리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조한범 / 한국 통일연구원 박사
“지금 남-북-미 간에 상당한 정도로 정상 간 의사소통이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한미 연합훈련을 명분 삼아서 북한이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따라서 지금은 상황을 지켜보고 진정 국면으로 진입하는 게 중요한 순간이고요.”
이런 가운데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10일에서 13일까지 치러진 사전 연습에 이어 본 훈련인 미한 연합지휘소 훈련이 16일부터 26일까지 9일간 일정으로 진행된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훈련은 같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상황에서 실시된 지난 3월 전반기 훈련 때보다 참가 병력 규모가 더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훈련 기간 중 북한 정권의 도발 가능성은 과거보다 더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 정권이 실기동 훈련과 미군 전략자산까지 전개됐던 과거에는 우발적 무력충돌을 우려해 연합훈련 본 훈련 기간 중 도발을 감행하지 않았지만, 시뮬레이션 훈련만 하는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박원곤 /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2018년 이후부터는 실시간 기동훈련도 없고 훈련 규모도 축소됐기 때문에 북한이 그런 우려를 전혀 안 해요. 그런 측면으로 본다면 북한이 도발하겠다고 결심한다면 이전과는 달리 훈련기간과는 상관없이 이뤄질 가능성을 여전히 있다, 그렇게 판단할 수 있죠.”
아울러 김여정 등 북한 수뇌부가 직접 나서 연합훈련을 공개적으로 비난한 만큼 훈련 뒤에 모종의 무력시위를 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했습니다.
VOA뉴스 조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