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남북 통신선 복원을 계기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재가동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데 대해 미국의 전문가들은 정부 임기말 남북 정상회담은 효용성이 떨어진다면서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이 정상회담을 추진한다면 북한에 이용만 당할 공산이 크고, 미북 대화의 물꼬를 트기에도 역부족이라는 지적입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이상훈)
미국 국무부 비확산 군축담당 특별보좌관을 지낸 로버트 아인혼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VOA에 북한이 한국과의 통신선을 복원하고 최근 미한 연합군사훈련 재개를 비난한 동기가 무엇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절박한 경제 사정 때문에 한국에 도움을 청하고 미국과의 관여를 모색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인지, 아니면 연합훈련 등 북한에 위협이 될 만한 활동을 중지시키기 위해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한 문재인 한국 대통령의 간절함을 이용하려는 것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후자라면 김정은은 문 대통령을 독려해 미한 공조의 틈을 벌리고, 핵 문제이 진전이 없는데도 북한이 이로운 남북 프로젝트를 독자적으로 추진하게 만드는 수단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미국 국무부 수석부차관보는 임기 말 남북 관계 개선에 주력하려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를 약한 고리로 보는 김정은 정권이 앞으로도 이 부분을 계속 이용하려 들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북한 정권이 남북관계 개선에 관심을 두거나 진지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믿을 만한 근거가 없다면서, 오히려 북한은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남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이런 상황은 핵 문제 진전 가능성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미국 국무부와 국가정보국장실 선임자문관을 지낸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은 임기말까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을 위한 남북 대화 필요성을 강조하는 문 대통령은 끝없이 반복되는 현실에 갇힌 그리스 신화 속 인물 시지프스를 연상시킨다고 지적했습니다.
매닝 연구원은 미국의 전임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번, 문 대통령은 3번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했다면서, 앞선 정상회담의 실패를 통해 비용은 거의 들이지 않고 자신들이 무엇을 얻어낼 수 있는지를 확인하려는 김정은의 게임에 불과하다는 교훈을 얻었어야 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또 비핵화 협상 방향과 제재 수위 등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영향을 끼치기 어려운 문재인 정부의 한계를 거론하면서 임기 말 한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남북 정상회담의 효용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습니다.
VOA뉴스 조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