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국의 조건 없는 대화 요구를 일축한 가운데 대화 재개를 위한 어떤 유인책도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미국의 전문가들이 지적했습니다. 북한에 비핵화의 큰 그림을 제시하며 외교 노력을 계속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물리적 대화 재개에 집착하는 것은 잘못된 전략이는 지적입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강양우)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VOA에 언제든 바뀔 수 있는 북한의 입장 발표에 일희일비하거나 추가 유인책을 고려할 필요가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힐 전 대사는 그러면서 대신 제재의 고삐를 늦추지 말고 북한의 행동 변화를 압박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열악한 경제 상황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북한은 언제든 셈법을 바꿀 수 있지만 현재로선 대화 의지가 없어 보이며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과의 협상을 위해 양보를 해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것입니다.
크리스토퍼 힐 / 전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제 견해는 바이든 행정부가 단지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양보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단지 대화 복귀만을 요구할 경우 북한은 대화 테이블에서도 비핵화에 대해 ‘노(No)’라는 말만 되풀이할 겁니다. 북한이 대화 테이블에 앉기 전에 ‘노(No)’라고 말하는 것이나 대화 테이블에 앉아 그렇게 말하는 것은 아무 차이가 없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 부차관보는 북한이 협상도 하기 전에 항복을 요구하고 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미국은 대통령을 비롯한 많은 관리가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한만큼 공은 북한에 넘어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이 대화 유도를 위한 양보를 할 경우 북한과의 어떤 대화에서도 불리한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라며, 북한이 협상을 원하면 스스로 걸어 나오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또 한국 정치권에서 미국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해 제재 완화와 미한 연합훈련 축소를 지렛대로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북한이 가장 바라는 것이라면서 미국이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라고 일축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 전 미국 국무부 동아태 수석 부차관보
“이런 주장이야말로 북한이 한국에 가장 바라는 것들이고 따라서 미국이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들입니다. 북한이 대화 테이블에 나오려고 하는 이유는 바로 제재 완화 등을 모색하기 위해서입니다. 따라서 미국이 북한에 유인책을 제시하고 여러 제안을 하는 상황을 만드는 것은 정말 좋지 않은 생각입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유엔의 11개 결의안을 위반하고 있는 북한이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는 이유로 미국에 양보를 제안하는 것은 잘못된 정책이라고 비판하면서 그동안 수많은 양보를 했지만 효과는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브루스 클링너 / 미국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미국이 군사, 경제, 안보, 법 집행 부문에서 오랫동안 북한에 많은 양보를 했지만 외교적 돌파구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미한 연합훈련을 축소하고 취소했지만 이 역시 북한의 외교·안보적 상호 조치로 연결되지 않았습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가 과거 같은 직책에 있었을 때부터 북한과의 조건 없는 대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예나 지금이나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쪽은 북한이라면서, 미국은 대화의 문을 계속 열어놓되 북한의 위협에 대한 군사적 억지력을 유지하고 미국과 유엔 제재를 계속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VOA뉴스 조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