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 정상이 최근 만나 북한 정권의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한 협력을 거듭 확인한 가운데, 미국 내 전문가들과 민간단체 사이에서는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들의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까지 나서 석방 노력을 기울이는 일본인 납북자 문제와 달리 억류 한국인들은 자국 정부의 관심조차 받지 못한 채 방치돼 있다는 지적입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강양우)
미국의 인권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의 자국민 보호 정책은 다른 선진국의 접근법에 크게 못 미치며, 정부의 무관심 속에 북한에 수년째 억류 중인 한국인들의 안전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로버타 코헨 전 국무부 인권담당 부차관보는 20일 VOA에, 정부가 자국민의 억류를 이렇게 오랫동안 방치하는 상황은 상상하기 힘들다며, 한국 정부의 태도는 미국이나 일본과 명백히 다르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은 싱가포르 정상회담에 앞서 미국인 3명의 석방과 혼수상태에 빠진 미국인 오토 웜비어의 귀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정상회담을 하지 않을 것이란 의지를 분명히 밝히며 적극적인 외교 노력을 펼쳤다는 겁니다.
코헨 전 부차관보는 한국 관리가 북한 관리와 마주 앉아 자국민의 처우와 귀환에 대해 논의하지 않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면서 한국 정부가 자국민 6명의 석방을 북한의 정치적 혹은 경제적 요구에 대한 조건으로 제시하거나 그들의 석방을 담보하기 위한 유인책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에는 현재 2013년 북한 당국에 체포돼 무기노동교화형을 선고받고 7년 넘게 억류 중인 김정욱 씨 등 한국인 기독교 선교사 3명과 한국 국적 탈북민 3명 등 적어도 6명이 억류돼 있습니다.
그레그 스칼라튜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은 문재인 대통령도 트럼프 전 대통령처럼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 당국에 한국인 억류자 석방을 요구할 기회가 분명히 있었지만,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미국 정부가 일본인 납북자 문제에 적극 관여하면서도 한국인 억류 사건을 거의 거론하지 않는 것은 이런 한국 정부의 미온적 태도와 직결돼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레그 스칼라튜 /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
“일본의 경우 자국민 납치 문제가 일본 정부와 국민들에게 매우 중요하다는 신호를 계속 보냈습니다. 만약 한국도 자국민 억류에 대해 그런 신호를 보낼 경우 미국 정부는 이 문제를 면밀하게 주시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우리민족끼리를 강조하는 북한 정권이 과거 억류했던 미국과 호주 국민은 모두 석방하면서도, 유독 한국인에 대해서는 영사 접근조차 허용하지 않고 가혹한 조치로 일관하는 것은 위선적인 행태라고 지적했습니다.
로버트 킹 /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억류 한국인 문제는 상대방에 대한 자신들의 어떤 행동도 개의치 않는 북한 정권의 속성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정부 대신 유엔과 민간단체들이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들의 석방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유엔 산하 ‘강제적 비자발적 실종에 관한 실무그룹’은 앞서 VOA에, 북한 정권이 한국인 억류 문제 해결 요구에 전혀 응하지 않는 데 대해 우려를 계속 제기해 왔다고 밝혔습니다.
국제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도 이달 초 공개한 보고서에서 북한 정권이 억류 중인 한국인에게 변호사를 포함해 누구도 만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등 기본적인 권리조차 보장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
VOA뉴스 조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