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근 당 세포비서 대회에서 고난의 행군을 결심했다고 언급한 데 대해 한국과 미국 등 해외에 거주하는 탈북민들이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주민들의 귀중한 생명을 권력 유지를 위해 가볍게 여긴 언사라며, 장기적으로 이런 정책이 김씨 정권에 역효과만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이상훈)
탈북민 출신으로 한국 국회 제1야당 국민의 힘 국회의원인 지성호 의원은 지난 9일 사회관계망 서비스를 통해 김정은이 고난의 행군을 결심했다는 말 한마디로 수백만 북한 주민들이 엄청난 고통을 당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1990년대 중 후반 고난의 행군 시기 북한에서 가장 하층인 꽃제비로 살며 신체장애 등 갖은 어려움을 겪었던 지 의원은 최대 300만 명의 주민들이 굶어 죽은 참담한 결과를 낳았음에도 북한 정권이 또다시 주민들의 생명을 담보로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독재자의 말 한 마디에 인권이 말살되는 참담한 현실이 지금도 북한에서 계속되고 있다며, 전 세계가 북한의 인권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호소했습니다.
1994년 탈북해 현재 유튜브 채널을 통해 북한 관련 소식을 전하고 있는 강명도 한국 경민대 교수도 지난 10일 영상을 통해 김 위원장의 고난의 행군 발언은 북한 지도부가 주민들의 생명을 대량살상무기 개발보다 더 우습게 여기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비판했습니다.
강명도 / 탈북민, 경민대 교수
“북한 주민들이 수백만 수천만 다 죽어 나가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고, 외세에 의존함이 없이, 국제사회의 도움 없이, 자기 스스로 이 모든 난관을 뚫고 나가겠다는 어리석은 생각에서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겁니다. 그 수많은 돈을 군사비에 지출하지 말고 국민들에게 돌린다면 지금도 국민은 그렇게 굶주림에 허덕이지 않을 겁니다.”
해외 거주 탈북민들도 김 위원장의 발언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북한 꽃제비 출신으로 지난 2018년 청와대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방문 국빈 만찬 당시 미국 측의 초청을 받았던 탈북민 이성주 씨는 북한 지도부가 과거처럼 경제난 등 자신들의 실책을 외세의 탓으로 돌리고 내부 결속을 강조하기 위해 고난의 행군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성주 / 탈북민, 미국 대학원생
“개미의 허리처럼 얇아진 사람들에게 허리띠를 졸라매라고 하는 것은 허리를 끊겠다는 겁니다. 조여 맬 허리가 없어요. 사실 지금 상황도. 그런데 또 고난의 행군을 하다는 것은 결국 이번에 고난의 행군을 통해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고 하면 결국 김정은 정권에게 부메랑으로 돌아갈 겁니다.”
역시 북한 꽃제비 출신으로 최근 영국 지방선거에 구의원 후보로 출마한 티머시 조 씨는 김 위원장의 고난의 행군 발언 소식을 영국인 동료들에게 전하면서 북한의 변화 필요성을 더욱 절감했다고 강조했습니다.
티머시 조 / 탈북민, 영국 지방선거 구의원 후보
“트라우마란 게 이겁니다. 배고픔을 못 이겨서 먹을 것을 찾아 헤매던 사람들 속에서 굶어서 눈이 퉁퉁 부은 사람들이 아른거리고, 길에서 먹지 못해 돌아가신 사람들이 보이고. 이런 생각도 했어요. 과연 어떻게 하면 저 정권이 마음을 바꿔 문을 열까?”
탈북민들은 김 위원장이 정말 북한 주민들을 생각한다면 개방을 하고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하는 등 다른 선택을 취할 수 있음에도 권력을 위해 주민들을 사지로 몰아넣고 있다고 규탄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정은 정권의 시대착오적인 고난의 행군 발언은 오히려 북한을 변화시키겠다는 탈북민들의 사명을 더욱 다지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VOA뉴스 조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