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내 북한 인권단체들이 한국 정부의 사무검사 시행 결정을 규탄하는 서한을 유엔과 유럽연합 등에 보냈습니다. 미국의 인권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대북전단을 보낸 탈북민 단체 2곳의 법인 설립 허가를 취소한 데 대해 북한의 요구에 굴복한 조치로, 한국의 민주주의 전통을 크게 훼손한 결정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김정호)
전환기정의워킹그룹과 북한인권시민연합 등 한국의 대북 인권 관련 21개 단체는 19일,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과 유럽연합, 각국 외교관계자들에게 한국 통일부의 비영리 등록법인 사무검사 방침을 규탄하는 공동 서한을 발송했습니다.
이들 단체들은 서한에서 북한 인권단체들과 탈북민들의 목소리를 억제하려는 한국 정부를 예의주시해야 한다며, 최근 한국 정부가 북한 인권단체들에게 하려는 일련의 조치는 우려할 통제조치의 시작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이러한 시도를 철회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나서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이영환 /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대표
“정부가 북한에서 문제 제기한 전단 2곳을 취소한 이후 거기에 그치지 않고 북한인권 단체들을 다 침묵 또는 정부에 협조하도록 하라는 압박을 하고 있는 그런 분위기가 자꾸 만들어지니까 이렇게 있을 수는 없다. 그래서 이제 국제사회에 알려서 이 문제를 예의 주시해 달라. 일종의 경고음을 내달라는 취지였고요.”
앞서 지난 16일 한국 통일부는 최근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계기로 이달 말부터 소관 비영리 등록법인에 대한 사무검사를 시행한다며, 북한 인권과 정착지원 분야의 등록법인 95곳 가운데 매년 제출해야 하는 운영실적을 보고하지 않은 곳이나 내용이 불충분하거나 추가적 사실확인이 필요한 곳 등 25개 법인을 추려 1차로 사무검사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 당국자는 대북 전단 문제가 북한 관련 민간단체들에 대한 사무검사 계획의 계기가 된 것은 맞다면서도 강제수사권이 없는 해당 단체의 협조를 전제로 한 행정행위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같은 최근 한국 정부의 잇단 대북인권단체 관련 조치에 대해 미국 정부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전담했던 전직 관리와 미국의 인권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정책 결정 시 지켜야 할 원칙과 민주주의 가치를 모두 위반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한국 정부가 대북전단 풍선을 금지하겠다고 신속히 발표한 것은 한국이 그저 북한의 요구에 굴복한 것처럼 보인다고 비판했습니다.
한국 정부의 결정이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담화 이후 이어진 점에 주목하면서, 북한이 무엇을 요구하든 들어준다는 인상을 주고 아부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면 북한을 효과적으로 상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레그 스칼라튜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도 한국 정부의 최근 결정을 재앙적이라고 비판하면서, 한국 정부가 북한 지도부를 달래기 위해 김정은 정권에 비판적인 탈북민 운동가들에게 재갈을 물리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준 것이라고 규탄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은 지난 20여 년 동안 경제강국이자 민주주의 국가로 세계의 롤모델로 높게 평가돼 왔지만, 모두가 알던 민주주의가 국가가 맞는지 의문을 제기하게 하는 조치를 최근 잇따라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수전 숄티 미국 북한자유연합 대표는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남북한 사람들보다 김 씨 독재정권을 더 염려하고 지지하는 것을 보여주는 예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이어 한국 정부가 탈북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훼손하고 자유 민주주의를 서서히 무너뜨리고 있으며, 한국 헌법과 국제 협정들도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VOA뉴스 조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