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일간의 잠행을 깨고 나타난 지 열흘이 넘었는데 미국에서는 북한의 불안정성에 대한 논의가 여전히 활발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과거 미국 정부에서 북한 문제를 다뤘던 전직 고위 관리들은 김정은의 재등장이 건재를 확인한 계기가 아니라 매번 건재를 증명해야 하는 절박함으로 진단했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강양우)
북한 체제를 가까이서 지켜봤던 미국의 전직 관리들은 김정은 위원장의 이번 잠행과 재등장 과정에서 1인 지배체제의 불안정성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진단했습니다.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2020년 5월 1일’이라는 날짜가 선명하게 적힌 판을 배경으로 밝은 표정을 짓는 김 위원장의 모습에서 지도자의 모습을 끊임없이 인식시키지 않고는 체제가 유지될 수 없음을 드러내는 연출이 엿보인다는 지적입니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차관보는 이는 북한의 체제가 안정적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북한은 김정은이라는 상징이 필요하고 그의 부재 시 체제가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크리스토퍼 힐 / 전 미국 국무부 차관보
“김정은이 보이지 않게 되면 북한 체제는 크게 약화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는 북한의 정치적 상황이 견고하지 않고 김정은 한 사람의 ‘약한 심장’에 모든 것이 달려 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미국의 전직 관리들은 또 김 위원장이 공개 석상에 모습을 보인 현재 시점에서 여전히 그가 1인자라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면서도, 독재자가 현재 막강한 권력을 누리는 것과 체제의 안정성은 별개라고 지적했습니다.
로렌스 코브 전 국방부 차관보는 북한 지도자의 이상 없음을 자국민은 물론 외부에 계속 각인시켜야만 유지될 수 있는 불안정성을 내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로렌스 코브 / 전 미국 국방부 차관보
“실제로 아무 문제가 없다면 김정은이 갑자기 사라지지도 않았을 것이고 재등장한 뒤에도 아무 말을 할 필요가 없는 겁니다. 그러나 그들이 그런다는 것은 내부에 어떤 우려가 있다는 방증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일성, 김정일에 비해 훨씬 젊은 나이에 건강 문제가 지적되는 김정은 1인 지배 체제에 의존하는 상황이 북한의 앞날을 더욱 불투명하게 만든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미첼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은 베일에 싸인 북한 내부 정보 문제를 지적하면서, 급변사태에 대비한 철저한 준비 계획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미첼 리스 / 전 미국 국무부 정책기획실장
“북한 정권에 변화가 생기거나 김씨 일가에서 사망 사건이 벌어지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비상계획과 소통 채널을 미리 구축해야 합니다. 치명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오해와 오판을 막기 위한 목적입니다.”
전직 관리들은 북한 지도부 급변사태 시 핵무기 관리가 미국의 최우선 순위가 될 것이라면서, 중국, 러시아, 한국도 이를 우선순위로 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핵무기뿐 아니라 생화학 무기 통제 주체와 이에 대한 대응을 비롯해 급변사태 이후 중국과의 충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등 여러 주제가 비상계획에 포함되고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VOA뉴스 조상진입니다.